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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럴거면 왜 일반학교에…" 장애학생 울리는 통합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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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럴거면 왜 일반학교에…" 장애학생 울리는 통합교육

입력
2014.11.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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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좁으니 휠체어 밖으로"… 몰이해 교사들 '투명인간' 취급

교실안 놀림·추행도 그냥 넘겨, 충격받은 장애학생들 정신과 치료

특수교육·보조교사 부족 여전 "교사 양성시 필수로 가르쳐야"

# 서울 A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는 하반신 마비를 가진 장애학생 B군의 휠체어를 ‘교실이 좁다’는 이유로 교실 밖으로 치워버렸다. B군은 소변이 마려웠음에도 차마 교사에게 ‘화장실 가고 싶다’는 말을 못해 6시간 동안 꼼짝없이 의자에 앉아 있어야 했다.

# 경기 C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 5명이 같은 반 지적장애 여학생을 교실 구석에 몰아 넣은 채 ‘장애인’, ‘멍청이’라고 말하며 몸을 만졌다. 그러나 담임교사는 이를 보고도 그저 “애들아, 그만해”라는 말만 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충격을 받은 여학생은 결국 전학을 갔다.

올해 장애인단체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에 접수된 상담사례들이다. 2007년 공포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라 장애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줄이고, 장애 학생의 사회성을 향상시킨다는 취지로 비장애학생과 장애학생이 함께 수업을 받는 ‘통합교육’이 시행되고 있지만 정작 학교와 교사의 무관심 속에 장애학생들이 따돌림 받는 일이 서울 A중(본보 10월31일자 8면)외에도 학교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인천장애인부모연대에 따르면 인천 D중은 장애학생들이 따로 교육을 받는 특수교실이 법정 정원(6명)을 넘어 9명인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통합교육’을 받는 장애학생들은 일반 학급에서 공부하다 일주일에 7~10시간 특수학급에서 교육받는데 정원이 초과할 경우 학급을 신설해야 한다.

정미정 인천장애인부모연대 사무국장은 “휠체어를 탄 학생이 있어 교실 확대와 특수교사 충원이 절실하지만 학교장은 ‘일반 학급도 30~40명으로 운영하는데 9명이 뭐가 많다는 거냐’며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내년부터 교실 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올해 9월 이 학교 특수학급의 한 장애학생은 또래 학생들로부터 ‘바보다 바보’라는 놀림과 함께 등과 허리를 맞았고, 또 다른 장애학생은 교사가 “수업에 방해가 되니 나가 있으라”는 말에 수업 내내 교실 밖에 서 있어야 했다.

교사들의 장애학생 차별 사례는 이곳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5년 전 서울 E초등학교에 지체장애인 자녀를 보냈던 학부모는 “생활통지표를 받으니 담임 선생님이 아이에 대한 평가를 전혀 하지 않아 공란이었고, 연말 학급 문집을 만드는 데도 배제했다. 심지어 수업 중 무단으로 집에 왔는데도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아이가 1년 동안 무엇을 배웠을까 자괴감이 들어 눈물이 났다”며 “그때 차별을 받은 아이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을 섞어놓는 것만으로 통합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특수교육법은 장애학생 4명당 특수교육담당교사를 1명씩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올해 충원율은 61.1%(6만9,993명 대비 1만695명)에 불과했다. 장애인 차별금지법에 따르면 장애학생은 필요 시 수업 중 보조인력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당장 특수교실에 배치할 특수교사조차 부족한 셈이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는 “아이들이 일반 수업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수업을 돕고 돌발행동을 저지할 인력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인용 서울장애인부모회 회장은 “부모들도 장애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수년이 걸리는데 교사들은 교육 한번 없이 장애학생을 가르치다 보니 ‘투명인간’ 취급하기 일쑤”라며 “교사 교육 과정에 ‘특수교육학 개론’이라도 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청각장애학생에 대한 따돌림을 방치한 서울 A중에 장애학생인권모니터단을 파견해 피해학생의 학교 적응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 연수를 지원할 예정이다. 시교육청 특수교육센터 관계자는 “학교 측과 협의해 학생들에 대한 장애인식 개선 교육, 교원들에 대한 연수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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