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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둥회의에서도 거듭 확인된 아베式 역사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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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둥회의에서도 거듭 확인된 아베式 역사인식

입력
2015.04.2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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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어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아ㆍ아프리카회의(반둥회의)에서 과거 전쟁에 “깊은 반성”이란 표현을 썼다. 그는 ‘침략ㆍ무력행사로 타국 영토 보전과 정치적 독립을 침해하지 않는다’와 ‘국제분쟁은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반둥회의 원칙을 언급하면서 “일본은 이 원칙을 과거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어떤 때라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시아, 아프리카 두 대륙의 주민 35만명에 대해 5년 동안 교육훈련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연설은 과거사 반성의 핵심이자 최소한의 수준인 ‘식민지배와 침략’ ‘사죄’의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인식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오히려 개도국에 대한 일본의 지원을 강조한 것은 경제력으로 과거의 잘못을 희석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의 반둥회의 연설에 주목한 것은 이 연설이 29일 미국 의회 합동연설과 8월15일 발표할 전후 70주년 담화의 토대가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재임 중인 2005년 4월 반둥회의에서 무라야마 담화를 이어받아 “식민지배와 침략”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등을 표명했고, 그 해 8월 전후 60주년 담화에서도 이를 재차 밝혔다. 아베 총리가 과거사를 ‘반성’이란 말 한마디로 뭉뚱그려 넘어간 것은 고노, 무라야마 담화로 대표되는 역대 정권의 과거사 인식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의 행태로 보아 익히 예상됐던 것이지만 역사적 진실을 궤변과 아집으로 또다시 부정하려는 태도에 개탄을 넘어 측은함마저 느낀다.

아베 총리가 과거사 언급은 최소화하고 ‘미래’에 방점을 둔 의도는 분명하다.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일본에 대한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데 진력하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안보ㆍ경제에 밀착해 동북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면 과거사 굴레에서 탈피하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깊은 유감”이라고 논평했지만 이제는 아베 정권의 인식을 바꿀 실질적인 해법을 찾는데 외교력을 모아야 한다. 그것이 무한 폭주하는 미일의 안보일체화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찾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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