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ㆍ학생 수백명 복통 등 호소
의심 환자서 병원성 대장균 검출
식약처 “식자재 관리 철저히 해야”
기록적인 폭염이 개학 이후에도 지속되면서 전국 학교에서 복통과 설사, 구토 등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이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 고교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해 23일 정부가 식자재 점검 강화 등 학교급식 식중독 대책을 발표했지만 25일에도 전국에서 수백명의 식중독 의심 환자가 나왔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23~25일 사흘간 학생 162명과 영양교사 1명이 복통과 설사 등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였다. 식중독 의심 증세 환자는 23일 6명, 24일 11명, 25일 146명이 발생했다. 이들 중 19명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부산지방청이 24일 가검물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식중독 증세가 심한 6명 중 4명에게서 병원성 대장균 등 식중독균이 검출됐다. 학교 측은 26일 휴업을 결정했다.
인천에서도 24일 고교 2곳에서 학생들이 집단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여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연수구의 한 고교에서 학생 155명이 식중독이 의심됐고 중구의 한 고교에서도 2명이 입원 치료를 받는 등 18명이 구토, 설사 등 증세를 호소했다. 연수구 고교의 경우 식중독균 간이 검사 결과 급식실 조리도구에서 병원성 대장균이 검출됐다. 이들 학교는 급식과 식수 공급 등을 잠정 중단했다.
대구의 고교 2곳에서도 24일 학생 124명이 식중독 의심 증세를 호소하는 등 확산세는 줄지 않고 있다.
1994년 이후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서울에서는 앞서 22일 은평구의 중ㆍ고교 5곳에서 학생들이 집단 식중독 증세를 보였다. 이날 하루에만 서울과 경북, 부산, 대구에서 학생 727명이 식중독 의심 증세를 나타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에게서는 모두 병원성 대장균이 검출됐다. 23일에는 서울 동대문구의 고교생 42명과 경북 봉화의 중ㆍ고교생 109명이 복통, 설사 등 증세를 보였다. 교육부와 식약처는 전국에서 식중독이 발생한 점을 고려해 식자재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29일로 예정된 합동점검을 앞당겨 실시하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은 식중독 의심 환자와 학교 급식실 조리종사원, 조리도구, 식자재, 보존식 등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정확한 원인은 정밀 검사 결과를 분석해봐야 알겠지만 식자재를 통한 식중독균 전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무더위로 급식소 내부 온도가 한낮에는 50도 이상 올라가고 밤에도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당일 쓸 식자재도 반드시 냉장 보관하는 등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ㆍ전국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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