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젠민 다롄완다그룹 회장
“사상 최대 규모… 통제 불능 상황”
경착륙 가능성엔 신중한 입장
중국 최대 부동산 부호로 꼽히는 왕젠린(王健林ㆍ62) 다롄완다(大連萬達)그룹 회장이 “중국의 부동산 거품이 사상 최대규모로 커져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지난달 베이징(北京)ㆍ상하이(上海) 등 주요 대도시의 집값은 1년만에 30% 넘게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왕젠린은 28일(현지시간)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부동산 버블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데 대해 “뾰족한 해결책을 못 찾겠다”면서 “정부가 대출 규제 등 모든 조치들을 동원했는데도 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중국의 부동산부문 직접대출 규모는 지난 6월 현재 24조위안(약 3,947조원)을 넘어섰다. 약 327억달러(35조9,200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완젠린은 부동산 사업으로 출발해 문화ㆍ엔터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 기업인이다.
왕젠린은 “문제는 경제가 바닥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만약 지렛대(레버리지)를 너무 빨리 제거하면 경제 전반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경제가 재도약 기조에 들어설 때까지 기다려야 하며 점진적으로 지렛대와 부채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 중국의 부동산시장은 중앙ㆍ지방정부의 잇따른 대책에도 불구하고 이미 과열단계를 넘어섰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부동산정보업체 CREIS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베이징의 주택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1% 올랐고, 상하이(31.6%)와 주하이(珠海ㆍ33.3%), 난징(南京ㆍ29.0%) 등 다른 주요도시들의 상승률도 30% 안팎이었다. 샤먼(廈門)은 무려 43.7%나 폭등했다.
최근 선전(深?)에서는 ‘새장’이란 별칭이 붙은 6㎡짜리 초소형아파트가 88만위안(약 1억4,400만원)에 매매되는 일까지 벌어져 행정당국이 매매를 금지했다. 이달 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개최된 항저우(杭州)에선 현지매체가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 밀려든 엄청난 인파를 한국 영화 ‘부산행’에 비유하기도 했다. 상하이에서 시작된 부동산 투기 목적의 위장이혼은 사실상 전국으로 확산돼 일부 지역에선 이혼 판결을 받기 위해 수개월간 대기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왕젠린은 그러나 중국의 부동산시장이 급격히 무너지거나 중국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국의 도시화 비율이 50% 초반대로 선진국에 한참 뒤지는데다 중국 정부가 2020년까지 이를 60%로 끌어올리기 위한 계획을 추진중인 점을 들어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적절히 제거하면서 전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이 시행된다면 중국의 부동산은 앞으로도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왕젠린 누구인가
왕젠린(62) 중국 다롄완다그룹 회장은 부동산 사업으로 시작해 문화ㆍ엔터분야로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중국 최고갑부로 올라선 기업인이다. 쓰촨성 출신으로 1988년 랴오닝성 다롄시에서 다롄완다그룹을 창업해 노후주택 개조 사업으로 큰 돈을 벌었다. 이후 중국 최초의 복합쇼핑몰 사업을 벌여 대성공을 거뒀고 영화를 비롯한 엔터분야와 테마파크 사업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는 등 ‘엔터테인먼트 제국’을 건설해가고 있다. 지난 4월 현재 그의 재산은 327억달러(35조9,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8년 쓰촨대지진 당시 3억5,000만위안(약 615억원)을 기부하는 등 대표적인 자선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 초 다롄시 고위간부에게 뇌물을 준 사실이 드러나는 등 정경유착에 대한 비난도 끊이지 않는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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