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이 1980년 이후 38년 만에 전면 개편된다. 당정이 21일 확정한 개편의 골자는 공정한 법 집행을 위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등 법 집행에 경쟁원리를 도입하고, 공적 구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피해자의 사적(私的) 구제 활로를 튼 것이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재벌 일가의 사익 편취 행위를 더 강력히 견제하는 대신, 대기업의 벤처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벤처지주회사 제도를 활성화하기로 한 내용이 포함됐다.
이번 개편은 ‘공정경제’ 강화 차원에서 기득권을 깨는데 초점을 맞췄다. 법 집행권을 독점해 온 공정위는 물론 재계와 야당의 저항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공정위 퇴직 간부 취업비리 등에서 확인됐듯, 공정위의 법 집행권 독점은 업계와의 유착 비리와 불공정 행정을 초래했다. 따라서 가격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 등 4대 담합 행위에 대한 검찰의 자체 수사를 허용, 공정위와 검찰이 경쟁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공정거래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불공정 행위의 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를 도입한 것은 의미가 크다. 재벌 일가의 부당한 사익편취를 강력 견제하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 회사의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상장ㆍ비상장사 모두 20%로 낮춘 것도 긍정적이다. 일각에선 지나친 기업 옥죄기라고 비판하지만 총수 일가 개인회사 등을 통한 대기업 경영권 편법 승계나 지배 등 부작용을 감안하면 당연한 개선이다.
그러나 제도 개편이 아무리 적절해도 실효성이 떨어지거나,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 경우가 문제다. 일례로 전속고발제 폐지가 공정위와 검찰 간 선의의 경쟁 대신 업계와의 유착을 공유하는 데 그치면 제도 개선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또 전속고발제 폐지에 따른 리니언시 정보의 검찰 공유도 형사처벌의 두려움 때문에 오히려 제도 활용이 위축되는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사적 구제 도입도 자칫 업계에서 불필요한 분란만 조장하면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우려도 없지 않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이런 점을 감안해 제도 개편의 실효성을 높이고 부작용을 막는 보완책이 적극 검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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