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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택조합원의 눈물] <상> 가입 땐 환불 약속하더니…정작 요청하면 발뺌

입력
2017.05.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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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진척 없을 땐 전액 환급’

업무추진비 안심보장 특약 불구

지역주택조합은 “책임 없다” 뒷짐

땅주인과 매매 의향 동의만 받고

부지 확보한 것처럼 과장광고도

서울 25곳 조합 중 13곳 사업지연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은 공개도 안 하면서 또 돈을 달라고 하네요. 탈퇴해도 그간 송금한 것을 돌려줄 수 없다고 해 발을 뺄 수도 없습니다.”

지난해 6월 서울 송파구 풍납동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에 가입한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추진위로부터 온 휴대폰 문자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추진위는 “업무추진비는 가입계약서에 기재된 계좌번호가 아닌 ◯◯은행 계좌로 납부해주시기 바랍니다”는 메시지를 가입자들에게 보냈다. 그러나 정작 계약서에는 ‘가입계약서에 명시된 계좌 외에는 돈을 입금하지 말라’고 돼 있다.

A씨에 따르면 추진위의 계약 위반은 한둘이 아니다. 추진위의 권한을 위임 받은 업무대행사는 지난해 6월 계약 당시 “10월까지 사업에 진척이 없으면 업무추진비를 전액 돌려주겠다”는 ‘안심보장제’를 특약사항으로 내걸었다. 입주예정일(2019년 3월)이 비슷한 인근의 송파 헬리오시티(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보다 조합원 분양가격(7억2,000만원ㆍ전용면적 84㎡ 기준)도 1억4,000만원이나 저렴해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A씨는 지난해 6월과 8월 각각 1,250만원씩 총 2,500만원을 업무추진비로 입금했다. 그러나 조합설립인가조차 내지 못한 현재까지도 돈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그가 환급해달라고 할 때마다 추진위는 “돌려줄 돈이 없다”며 “안심보장제는 업무대행사가 임의로 진행한 건이라 우리는 책임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추진위는 당초 1~3구역 663가구 공급에서 1구역 168가구만 우선 추진하기로 사업계획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1~3구역에 동ㆍ호수를 지정해 갖고 있던 110명의 가입자 물량을 모두 1구역으로 몰고, 주택의 층수ㆍ타입ㆍ방향을 임의 배정했다. 9층에서 3층으로 층수가 뒤바뀐 경우가 부지기수였지만 별도의 설명은 없었다. 당초 계약사항이던 발코니 무상 확장과 시스템에어컨 무상 설치도 추진위는 “업무대행사가 상의 없이 진행한 터라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장 염려가 되는 건 사업 진행 여부다. 추진위는 분양 당시 “1~3구역 사업 부지를 90% 이상 확보했고 4개월 뒤면 사업계획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1구역 조차 전체 면적 중 토지사용승낙서를 받은 비율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땅 주인과 매매가격에 대한 논의 없이 매매의향동의만 받아놓고 마치 땅을 확보한 것처럼 과장한 것이다. 사업계획승인을 받으려면 주택조합설립인가(토지사용승낙서 80% 이상 확보)부터 신청해야 하는데 아직 이 기준도 충족하지 못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안심보장제, 발코니 무상 확장 등을 임의로 진행한 업무대행사를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라며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지역주택조합 피해 사례는 이곳에 그치지 않는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에서만 25곳의 지역주택조합이 활동 중이다. 이 중 절반이 넘는 13곳이 사업지연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조합장 등 사업주체가 연락이 끊긴 경우는 4개 사업장이나 된다. 토지주 반대(3곳) 토지소유권 상실(2곳) 등도 지연 사유다.

그러나 이는 송파구 지역주택조합 추진위 사례처럼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전인 사업장은 제외한 것이어서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크다. 김지혜 서울시 주택정책과 주택제도팀장은 “시세보다 저렴하다는 말에 혹해 가입했다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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