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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로 아빠 잃은 축복이에 돌잔치 선물한 경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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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로 아빠 잃은 축복이에 돌잔치 선물한 경찰관

입력
2017.03.2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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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경찰서 송정호 경위

사비로 한복ㆍ케이크 등 마련

스마일센터와 함께 상 차려

축복(가명)이가 돌잡이로 청진기를 잡는 순간 일제히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참석자들은 축복이에게 "씩씩하게 잘 자라렴", "건강해라" 덕담을 건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축복(가명)이가 돌잡이로 청진기를 잡는 순간 일제히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참석자들은 축복이에게 "씩씩하게 잘 자라렴", "건강해라" 덕담을 건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24일 대구 스마일센터에서 축복(가명)이의 돌잔치가 열리고 있다. 대구 수성경찰서 송정호 경위와 스마일센터 직원 등이 특별한 돌잔치를 축하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24일 대구 스마일센터에서 축복(가명)이의 돌잔치가 열리고 있다. 대구 수성경찰서 송정호 경위와 스마일센터 직원 등이 특별한 돌잔치를 축하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아이 사진도 한 장 없어 속상하다'는 임씨의 사정을 듣고 대구 수성경찰서 송정호(51) 경위가 스마일센터와 함께 축복(가명)이를 위한 특별한 돌잔치를 마련했다. 송 경위가 돌잔치 행사장을 찾아 포토존 앞에서 축복이에게 축하인사를 전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아이 사진도 한 장 없어 속상하다'는 임씨의 사정을 듣고 대구 수성경찰서 송정호(51) 경위가 스마일센터와 함께 축복(가명)이를 위한 특별한 돌잔치를 마련했다. 송 경위가 돌잔치 행사장을 찾아 포토존 앞에서 축복이에게 축하인사를 전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24일 오후2시 대구 수성구 만촌동 스마일센터에서 축복(가명)이의 돌잔치가 열렸다.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 등장한 축복이가 돌잡이로 ‘청진기’을 잡는 순간 환호가 터져 나왔다. 하객들은 “씩씩하게 잘 자렴”, “건강해라”며 덕담을 건넸다. 고운 한복을 차려 입은 어머니 임모(37)씨 입가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여느 돌잔치와 다름없는 풍경이지만, 참석자 중 혈연은 임씨뿐이었고 하객은 경찰관과 스마일센터 직원이 대다수였다. 살인 사건으로 아버지를 잃은 축복이를 위해 대구 수성경찰서 송정호(51) 경위와 스마일센터가 돌잔치를 열어준 것이다. 장소와 돌상은 스마일센터가 제공했고, 한복과 케이크는 송 경위가 사비로 마련했다.

임씨가 남편을 잃은 것은 지난해 5월이다. 5월9일 실종신고 후 발이 부르트도록 전단지를 돌리고 다녔지만 실종 12일 만에 경북 군위군 야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범인은 남편과 함께 6년간 한솥밥을 먹던 동료 조모(44)씨였다. 조씨는 남편의 마지막 목격자 신분으로, 임씨와 함께 경찰서를 방문해 실종신고를 한 터라 배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생후 50일된 아들과 거리로 내몰린 임씨에게 손을 내민 사람이 바로 송 경위였다. 임씨 모자는 송 경위 소개로 강력범죄피해 심리지원 전문기관 ‘스마일센터’에 지내면서 20회 정도 심리상담을 받았다. 임씨가 새 보금자리를 찾은 후에도 송 경위의 보호는 꾸준했다. 연락이 안 되면 직접 찾아갔고, 건강검진 바우처 지원을 통해 임씨의 담낭 용종을 제거하기도 했다.

하루는 임씨가 “아기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도 없고, 100일도 남편 첫 공판일과 겹쳐 아무것도 챙겨줄 수 없었다”며 펑펑 울었다고 한다. 이날 돌잔치가 탄생한 배경이었다. 송 경위는 “임씨 모자가 삶의 의욕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돌잔치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범죄 때문에 발생하는 안타까운 피해자들을 가족 같이 돌보겠다”고 말했다.

돌잔치 내내 기쁨의 눈물을 흘리던 임씨는 “가장 행복할 때 남편을 잃어 모진 생각도 많이 했지만 좋은 분들 덕분에 많은 위로가 됐다”며 “씩씩하게 극복해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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