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박미선의 ‘단정한 퇴장’이 화제가 된 하루였다. 오랫동안 출연했던 프로그램에서 후배에게 밀리는 모양새로 하차를 했는데도 평정을 잃지 않는 선배다운 모습을 보여 박수를 받았다.
박미선은 지난 8일 KBS 장수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3’ 개편에 따라 8년 만에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됐다. KBS는 이날 “10월부터 ‘해피투게더3’를 유재석 박명수 전현무 체제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KBS는 프로그램 첫 방송부터 터주대감 노릇을 한 박미선과 보조 MC 역할을 해왔던 개그우먼 김신영이 물러나게 됐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10일 한 매체가 박미선이 프로그램 하차를 쉬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고 박미선의 반발에 제작진도 크게 당황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대중들의 관심이 박미선에게 쏠렸다. 8년 가량 참여한 출연자로선 서운해할 만도 하고 슬쩍 ‘몽니’도 부릴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떠나는 자로서는 볼썽사나운 모습이라 적지 않은 비판들이 박미선에게 쇄도했다.
하지만 이날 박미선이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서운함을 드러냈다는 보도를 전면 부인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박미선은 “(전)현무는 나보다 훨씬 주목도가 높고, 방송을 유능하게 잘 하는 사람이고, 예뻐하는 동생이기도 하다”며 ‘후임자’를 치켜세웠다. “오는 사람이 있으면, 가는 사람도 있는 법”이라며 “쓸데없는 분란 없이 조용히 마무리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비쳤다.
박미선의 깔끔한 퇴장은 네티즌의 아쉬움 어린 갈채를 받을 만했다. 자신이 몸담았던 프로그램의 새 출발을 앞두고 괜한 잡음이 생기길 우려하면서 후임인 후배의 건승을 바라는 대인의 면모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기사 댓글에는 “당신은 유능한 방송인입니다” 등 박미선에 대한 호의적인 글들이 넘쳤다. 물러나긴 했으나 박미선이 남긴 빛이 ‘해피투게더3’에 오래도록 비칠 듯 하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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