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이후 10년 사이 5배 성장
수출액 2015년만 6400억원 달성
만화영화ㆍ이모티콘 대중화 힘입어
카카오프렌즈 등 국산이 성장 견인
네이버는 ‘기타 매출’ 50% 늘기도
#5살짜리 아들을 둔 박형준(29)씨는 5월 어린이날 선물이 벌써부터 고민이다. 지난해엔 대형 마트를 4곳이나 뒤져 얻은 ‘터닝메카드’ 에반 로보트로 아들을 겨우 만족시켰다. 박씨는 “터닝메카드 인기 캐릭터 묶음 상품 정가가 1만8,000원인데도 재고 부족으로 기본 9만원부터 시작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요즘은 ‘헬로카봇’이 더 인기라던데 또 가격이 높아질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서모(28)씨는 이번 주말 홍대에서 열리는 한 전시회를 예매했다. 유명 작가의 그림 전시회나 사진전이 아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 속 인기 캐릭터 ‘카카오프렌즈’ 제작 과정과 캐릭터 이야기를 소개하는 콘셉트 전시회다. 서씨는 “캐릭터 이모티콘만으로도 서로 대화가 통할 정도로 캐릭터가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롭다”며 전시회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다.
‘터닝메카드부터 헬로카봇, 카카오프렌즈까지.’ 초등학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어른들에게도 일상의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는 이들 캐릭터는 모두 국산이다. 한때 디즈니, 헬로키티 등 외산 캐릭터 틈바구니 속에서 눈길을 끌지 못했던 토종 캐릭터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콘텐츠 산업의 핵심 주자로 떠오르면서 시장 규모가 처음 10조원을 돌파했다.
31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05년 2조759억원에 불과하던 국산 캐릭터 시장 규모가 2015년 10조807억원을 기록, 10년 만에 5배로 급성장했다. 국산 캐릭터가 잇따라 해외 진출에 성공하면서 수출액 역시 같은 기간 1억6,367만달러에서 5억5,146만달러(약 6,410억원)로 확대됐다.
국내 캐릭터 시장은 1990년대 후반 초고속 인터넷 도입과 스마트폰 대중화로 캐릭터와 이를 유통하는 플랫폼이 다양화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국내 웹툰과 PC게임 속 인기 캐릭터들이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되면서 캐릭터 산업의 부흥기가 시작된 셈이다. 특히 최근엔 카카오의 카카오프렌즈와 네이버의 ‘라인프렌즈’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을 중심으로 디지털 캐릭터 산업이 확장되는 추세이다. 현대인의 주요 소통 수단인 모바일 메신저 속에서 특정 캐릭터의 이미지로 개인적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는 이용자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하루 1,000만명의 카카오톡 이용자가 글자 대신 이모티콘으로 대화를 주고 받았고, 한달 평균 전달되는 이모티콘 메시지 수만 20억건에 달했다. 네이버는 라인 캐릭터 상품 매출이 크게 늘면서 캐릭터 매출을 포함한 기타 매출이 전년보다 58.1%나 늘어난 1,308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캐릭터를 활용한 인형과 생활용품 등을 모아 판매하는 오프라인 판매점을 공격적으로 넓히고 있다.
캐릭터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캐릭터 산업이 가진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캐릭터는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되는 창작물로 영화, 드라마, 완구 등 다양한 파생 콘텐츠로 제작될 수 있다. 현지화를 통해 해외로 수출하면 각종 판권 사업으로 부가 매출을 폭넓게 올릴 수 있다. 이 같은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국내 캐릭터 시장 규모는 10조9,000억원 대로 커졌다. 이는 전체 콘텐츠 산업 105조2,000억원(추정치)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니션학과 교수는 “과거엔 주로 어린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캐릭터가 제작됐지만 플랫폼 변화 등으로 소비자층이 다양화하고, 각종 파생 콘텐츠로 산업적 효과가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국산 창작 캐릭터 신고 제도 도입과 캐릭터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 보다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국산 캐릭터의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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