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경남지사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 경선에 나선 후보들이 출범 한 달을 갓 넘긴 문재인 정부에 대해 "오래 못 갈 것"이라는 등 악담에 가까운 막말을 퍼부어 지지자들조차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대여 투쟁의 선명성을 강조하고 존재감을 높이려는 선거전략의 일환이라고 하나 품격이나 정치도의에 어긋난다. 또 외교안보 및 경제 전반에 걸친 엄중한 정국상황을 감안할 때 제1 야당이 취할 태도도 아니다. 청와대와 여당의 반발 이전에 당사자나 당 차원에서 사과해 마땅하다.
우파 재건을 명분으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홍 전 지사는 그제 후보자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가 주사파(主思派) 운동권 정부임을 국민이 인식하게 되면 오래 못 갈 것"이라며 "원내투쟁만 제대로 하면 연말이 지나 국민들이 (문 정부에) 등을 돌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이철우 의원은 제주 타운홀 미팅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라고 대통령 만들어놨더니 나라를 망하게 할 것 같다"며 "우리 당을 잘 개혁해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승리하면 다음 대통령 선거까지 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문 정부의 탄핵을 암시한 이 의원 발언 파문에 홍 전 지사가 가세한 전형적 '노이즈 마케팅'이다.
문 정부가 첫 내각 인사에서 많은 검증 허점을 드러내 국민들에게 실망을 준 것은 사실이다. 또 야당의 반대와 견제를 무릅쓰고 일부 장관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야당이 '협치 파기'를 따지고 국회를 보이콧할 빌미를 준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당내 경선과정에서 나온 말이더라도, 자유한국당 지도부 후보들이 공공연히 탄핵시사 발언을 내뱉는 것은 '낮술 노인'의 황당한 처사다. 헌정사에 유례없는 촛불 시민혁명과 대통령 탄핵의 결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역사적 성격을 망각한 험담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지지도가 여전히 80%에 육박하는 것도 단순 선호 차원을 넘어 "헌정사의 불행을 다시 반복할 수 없다"는 국민의 바람이 반영되어서일 게다.
청와대와 여당도 '막말 적폐정치'라고 발끈하는 데 머물 게 아니다. 대선 이후 두 달이 되도록 리더십 혼선과 패배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야당을 껴안는 정치력을 보여 주지 못하고 여론정치에 기댄 책임이 가볍지 않다. 4년 전 대선에서 패배했을 때를 생각하며 역지사지하면 이런 막말이 나오는 풍토를 원천 차단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청와대가 행여라도 여소야대 국회를 만든 국민과 문재인 정부를 만든 국민이 다르다고 여긴다면, 그보다 더 큰 오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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