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이자 분단 70년을 맞는 올해 KBS 아나운서실에서는 ‘통일시대를 맞이하는 남북한 방송언어’를 주제로 한국어연구논문집을 냈다. 체제와 문화의 차이만큼 지난 70년간 남북한의 언어도 많이 달라졌다.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야말로 통일의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논문집에 실린 북한이탈주민들을 대상으로 남북한 언어의 차이를 조사한 권순희 이화여대 교수의 ‘방송인이 알아야 할 남북한 생활언어 차이’는 흥미롭다. 발음, 억양, 문법의 차이도 있지만 어휘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이 논문에 따르면 ‘오징어’를 북한에서는 ‘낙지’라고 한다. 거꾸로 ‘낙지’는 ‘오징어’라고 한다. 북한에서 ‘번지다’는 ‘넘기다’, ‘다그치다’는 ‘힘쓰고 있다’는 뜻이다. “책장을 번지다” “정비를 다그치다”와 같이 쓴다.
어감의 차이가 있는 말들도 있다. ‘방조하다’는 남한에서는 불법 행위를 도와준다는 뜻이 있지만 북한에서는 긍정적인 뜻이다. 북한에서 ‘거래’는 불법적인 경제관계를 일컫는다. ‘버르장머리’는 남한에서 부정적인 뜻으로 쓰지만 북한에서는 습관이나 행동을 가리키는 말로 흔히 쓴다. ‘소행’ 도 북한에서는 긍정적 의미로 쓰는 말이다.
한자어는 어순이 다른 경우가 있다. ‘왕래(往來)’ ‘창제(創製)’‘상호(相互)’를 북한에서는 ‘래왕’ ‘제창’ ‘호상’과 같이 쓴다. 많은 한자어를 고유어(문화어)로 대체한 북한에 비해 남한에서는 훨씬 많은 한자어가 쓰이고 있다. ‘홍수’라고 하면 북한 주민들은 알아듣지 못한다. 북한에서는 ‘홍수’를 ‘큰물’이라고 한다.
남한은 서구의 영향을 많이 받은 반면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탓에 외래어에도 차이가 있다. ‘소시지’는 북한에서 ‘칼파스’ 혹은 ‘고기떡’이라고 하며 ‘샌들’은 ‘산따’, ‘롱부츠’는 ‘왈렌끼’라고 한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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