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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대선에 우후죽순 여론조사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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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대선에 우후죽순 여론조사의 함정

입력
2017.03.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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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ㆍ박원순도 낮은 지지율 발목

경선 반영룰 두고 정당 내분도

굵직한 국내외 예측 실패 드러나

“추세 참고용으로만 사용해야”

온라인 공간 통해 정보 유통 가속

빅데이터 분석 등 새 수단 등장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사상 초유의 보궐 대선에서 여론조사는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여론조사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계의 시선도 적지 않다. 때문에 여론조사는 일반적 추세를 확인하는 정도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온라인 공간을 통해 정보의 유통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지면서 빅데이터 분석 등이 여론을 확인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부상하기도 한다.

정치권을 흔드는 여론조사

정치인들은 여론조사의 지지율을 무시할 수 없다. 자유한국당 경선 레이스에서 독주 중인 것으로 알려진 홍준표 경남지사의 경우, 지지율을 원동력으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18일 대선 출정식을 가진 홍 지사는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17일 여론조사를 보니 지지율이 12.5%였다. 의미 있는 지지율을 이제 갖게 됐다”고 했다.

반면 낮은 지지율에 발목 잡힌 주자도 여럿이다. 한때 야권 최강 주자로 꼽혔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지율 침체로 올 1월 둘째 주 한국 갤럽 여론조사 대상에서 빠지자 같은 달 26일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작년 말 귀국 직후 20%를 훌쩍 넘던 지지율이 20일 만에 10% 중반까지 주저앉자 2월 1일 대권 도전을 포기했다.

여론조사는 대선 후보 선출에도 결정적 도구로 등장한다. 경선 규칙 결정 과정에서 여론조사 반영률을 놓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내 주자들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지난해 8월 월간 ‘인물과 사상’에 실은 글에서 “전문가들은 정당정치의 포기라는 이유로 여론조사 경선을 비판하지만 여론조사 자체가 금지됐던 독재정권 시절을 기억하는 유권자들은 여론조사를 민주주의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선 여론조사가 무엇보다 큰 변수가 되리라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종합편성채널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불어난 매체들이 저마다 내놓는 여론조사 결과가 ‘압축 대선’과 포개지면서 현실감이 극대화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신뢰도 추락에 새로운 도구 급부상

여론조사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반면 공교롭게 그 그림자도 짙게 드리우고 있다. 굵직한 국내외 예측 실패 사례가 지난 한해 겹치면서다. 여당인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이 160석 넘게 확보하고 더불어민주당 의석은 100석에 못 미치리라는 게 작년 4월 국내 총선 직전 4개 여론조사기관이 내놓은 예측이었지만 결과는 여당의 참패였다. 122석밖에 가져가지 못하면서 123석을 획득한 민주당에 1당 자리를 내줬다.

같은 해 6월엔 영국 현지 여론조사기관인 유고브 등이 조사 결과를 근거로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를 점쳤지만 브렉시트(EU 탈퇴) 찬반 투표 결과는 거꾸로였고,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요 언론의 예상과 달리 2016년 11월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업계에서는 신뢰도 추락을 낮은 응답률 탓으로 돌리면서 “이번 대선은 더욱 전망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탄핵 분위기가 여론조사에 반영돼 양극화로 나타나기도 한다”며 “위축된 보수층이 자기 의견을 숨길 공산이 크고 50%까지 치솟은 민주당 지지율엔 거품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여론조사를 맹신해서는 안된다는 경계와 여론조사의 본령을 회복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최창렬 교수는 “누가 1위이고 지지율이 몇%인지를 보여주기보다 사회 갈등 해소와 부조리ㆍ적폐 청산을 위한 쟁점을 발굴하는 데 여론조사가 활용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지지율 여론조사는 추세 파악 등을 위한 참고용으로만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여론조사의 함정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호감도ㆍ적합도 조사나 빅데이터 분석 등의 대안도 부상하고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결과 예측이 목적이라면 빅데이터 분석이나 동향조사, 가중치 차별화 등 예측력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메커니즘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아르스프락시아의 김도훈 대표는 “여론 변동의 기민한 포착이나 후보 지지ㆍ배척 이유 규명 등에 빅데이터 분석이 유용할 수 있다”면서도 “페이스북 같은 데이터 소스 플랫폼은 이용자가 제한되기 때문에 대표성을 갖진 못한다”고 했다. 윤종빈 교수는 “대안들이 전통적 여론조사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좀 더 정교한 여론조사 및 결과 예측을 위한 보완 장치로는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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