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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사일 대응 명분, 차기 정부 출범 전 ‘대못 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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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사일 대응 명분, 차기 정부 출범 전 ‘대못 박기’

입력
2017.03.0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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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배치된 포대 중 하나

北 미사일 발사 직후 출발 추정

한미 진작에 전개 시점 결정한 듯

김관진 방미 때 “中 반대해도 추진”

매티스 지난달 방한 최종 조율

한민구 국방, 사드 도착 직전에도

국회에서 “확정된 바 없다” 연막

미국 본토에서 실려 온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미사일 발사대 2기를 비롯한 부품과 장비가 6일 밤 경기도 오산기지에 도착해 C-17 수송기에서 옮겨지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제공
미국 본토에서 실려 온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미사일 발사대 2기를 비롯한 부품과 장비가 6일 밤 경기도 오산기지에 도착해 C-17 수송기에서 옮겨지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제공

한미 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전개는 기습작전이었다. 국방부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사드 포대를 배치할 부지조차 완성되지 않아 언제 작동할지도 모르는 장비를 미 본토에서 서둘러 들여오는 것은 전례가 없는 꼼수에 불과하다. 사드 배치에 신중을 기하던 군 당국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배경을 두고 의혹이 증폭되는 가운데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알박기’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는 막판까지 연막을 쳤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6일 오후 열린 국회 국방위에서 사드의 전력화 시점과 준비 절차를 묻는 김종대 정의당 의원의 질의에 “미 측에서 아직 구체적인 설계가 마련되지 않았다”며 “작전적으로 운용 가능해야 배치가 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비슷한 질문이 반복됐지만 한 장관은 “확정된 바 없다”며 예봉을 피해갔다. 사드 발사대 일부가 수송기에 실려 경기도 오산기지에 도착하기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그러나 사드 발사대의 공수 과정을 되짚어 보면 한미는 진작에 한반도 전개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이 가져온 사드는 미 텍사스주 포트블리스에 배치된 4개 포대 가운데 하나로, C-17 수송기의 비행시간을 감안하면 북한이 6일 오전7시34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미 본토를 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보다 훨씬 전에 국방 수뇌부 간에는 사드 전개 시점을 합의했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사드 배치 시점은 여러 차례 번복 끝에 전격적으로 앞당겨 졌다. 양국은 지난해 7월 사드 배치를 발표하면서 대선일정을 감안해 당초 올 11월을 완료시점으로 잡았다. 그러나 탄핵 정국과 맞물려 서서히 속도가 붙었다. 1차 촛불집회 직후인 지난해 11월 4일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앞으로 8~10개월 내에 사드를 배치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배치 시점은 최대 4개월 당겨졌다. 그러다가 국회 탄핵안 가결을 사흘 앞둔 지난해 12월 6일에는 토머스 밴달 주한 미8군사령관이 “사드 배치 시기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 조건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언급하면서 조기 대선과의 연계 가능성이 처음 대두됐다.

지난해까지는 미국이 조기배치에 드라이브를 걸었다면 올 들어서는 우리 측이 몸이 달았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월 12일 미국을 찾아 “중국이 반대하더라도 사드 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사드 조기 배치 주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새누리당(지금의 자유한국당)은 2월 초 정세균 국회의장이 여야 의원들과 초당적 차원에서 사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려던 계획을 무산시키며 정부의 사드 조기 배치에 힘을 실었다.

양국의 이해관계는 제임스 매티스 장관이 방한한 지난달 2일 최종 조율된 것으로 보인다. 매티스 장관이 1박2일간 머무르면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김관진 실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한민구 장관 등 외교안보라인 지휘부를 잇따라 만나 던진 공통된 메시지는 ‘차질 없는 사드 배치’였다. 미적대던 롯데도 한미 국방장관회담 당일 첫 이사회를 열고 사드 부지 교환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물론 북한의 도발이 사드 조기 배치의 명분을 제공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북한이 지난달 12일 ‘북극성 2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사흘 뒤 황 권한대행이 주재한 고위당정협의에서 참석자들은 사드 도입을 촉구하며 힘을 보탰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지난달 하순 “차기 정부에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드 배치를 조속히 마무리 지을 필요가 있다”며 노골적으로 사드 조기 배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미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을 사드 조기 배치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보복조치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가운데 당장 전력화할 수도 없는 발사대를 성급하게 배치한 대목을 설명하기에는 절대 부족하다. 야권이 차기 정권으로 결정을 넘기라고 강력히 요구하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차기 정권에서 되돌릴 수 없도록 말뚝을 박겠다는 의도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한미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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