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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를 넘은 ‘유승민 퇴진’ 공세 볼썽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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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를 넘은 ‘유승민 퇴진’ 공세 볼썽사납다

입력
2015.06.2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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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불거진 여당 내 계파 갈등이 심각하다. 거부권 파동의 한복판에 던져진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한 친박(親朴)계의 ‘끌어내리기’ 공세가 날로 거세다. 한동안 이들과의 정면대결을 피해온 비박(非朴)계 내부에서도 은근히 불쾌감을 표하며 대대적 반격에 나서야 한다는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여당의 계파 갈등이 이대로 정면충돌로 치닫다가는 거부권 파동에 따른 정국 혼란과 정치 마비가 더욱 장기화하리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 원내대표에 대한 친박의 퇴진 공세는 이미 조직화 단계에 들어섰다. 26일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청와대 정무특보를 겸하고 있는 윤상현 의원, 정갑윤 국회부의장 등 핵심인사들이 회동, 향후의 행동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퇴진 주장을 본격화하고, 유 원내대표의 퇴진 문제를 다룰 의원총회 소집 요구도 적극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도려내겠다”는 섬뜩한 말까지 서슴지 않는 마당이다.

도를 넘어선,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당내 민주주의의 원칙에 비추어 비박계가 원내 지도부와 확연히 다른 정치적 태도나 의사를 정도껏 표출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거부권 파동 직후 의원총회에서 사실상 추인이 이뤄진 유 원내대표를, 현실의 당내 세력분포와 무관하게 어떻게든지 몰아내야 하겠다는 태도는 지나치다. 유 원내대표는 공식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한껏 몸을 낮춰 사과하고, 앞으로서 ‘충성’까지 다짐했다. 그런데도 막무가내로 몰아내겠다는 행태는 생떼쓰기에 지나지 않는다.

민주적 선거를 거쳤고, 임기가 한참 남은 유 원내대표여서 최소한의 정치 도의에도 어긋난다. 아울러 구태의연하다. ‘대통령의 뜻’을 앞세우고, 실제로 청와대의 ‘지시’에 따르는 듯한 모습까지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당헌 규정대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하는 것이 여당의 존재 의미다. 그러나 구체적 사안, 그것도 선출 당직에 대한 대통령의 의사까지 그대로 떠맡아 관철하려는 것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 요구되는 자율성이나 민의 대표성과 한참 동떨어진다. 당인과 의원으로서의 책무를 조화시키려는 균형과 절제의 감각이 필요한 이유다.

현재의 친박 총궐기 양상이 내년 총선의 공천권을 염두에 둔 지도체제 흔들기일 가능성도 짙다. 친박은 전당대회 대표 선출에서 비박에 밀리고,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밀리며 잇따른 세력후퇴를 겪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총선 공천에서 소외되기 십상이라는 불안, 대통령의 대대적 지원을 정치적 반격에 활용하려는 본능적 선택은 이해할 만하다. 다만 어떤 경우든 정도껏 해야지, 국민이 눈살을 찌푸릴 지경에 이르러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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