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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한글’이라는 이름, 두 번째

입력
2016.11.0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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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글날을 맞아 ‘한글’의 최남선 작명설을 소개해 드렸는데, 편중된 느낌이 있어 주시경 작명설을 소개하고자 한다. 마침 올해는 주시경 선생(1876~1914)이 나신 지 140주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한글’ 이름을 1910년 조선광문회에서 최남선 선생이 지었다고 구체적으로 말한 당대인은 박승빈 선생이다. 그 내용은 앞서 소개해 드렸다. 그런데 조선어학회의 이윤재 선생은 주시경 선생이 ‘한글배곧’(조선어강습소)이란 것을 세웠고, 이로부터 우리 글자를 ‘한글’이라 하게 되었다고 증언한다. 상반된 이야기인데, 박승빈의 증언은 현장에 없었던 분의 말이어서 정확성이 문제될 수도 있다.

국어학자 고영근 선생은 이윤재의 증언 및 그 밖의 자료들을 중시하여 ‘한글’을 작명한 분은 주시경 선생이라고 한다. 오늘날 널리 알려진 내용이다. 주시경 선생은 1912년 경의 ‘소리갈’이라는 책, 그리고 1913년 창립한 ‘한글모’라는 연구회 명칭에서 ‘한글’이라는 이름을 썼다. 그런데 선생은 그 이전인 1910년에 ‘한나라말, 한나라글’이라는 이름, 1911년에는 ‘한말익힘곳’이라 하여 ‘한말’이라는 이름을 썼다. ‘한말’이 있었다면 ‘한글’도 있었을 거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나라말’, 그리고 당시 외국인이 우리말을 ‘韓語(한어)’라고 부른 점으로 볼 때, 주시경이 쓴 ‘한말’의 ‘한’은 대한제국의 ‘韓’이다. 그렇다면 ‘한글’도 주시경이 지었다면 ‘韓글’일 수밖에 없는데, 그 제자인 권덕규 선생은 ‘한글’이 ‘韓文(한문)’을 우리말로 그냥 읽은 것이라고 증언하여 이 점을 뒷받침한다. 이상은 주시경 작명설의 내용이다. ‘한글’ 이름을 누가 지었는지는 당대인들의 언급이 엇갈리고 있어 어려움이 있지만, 이러한 연구들 덕분에 우리는 많은 사실에 접하게 된다.

허철구 창원대 국어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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