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1초에 약 30㎝씩 계속 올라가면
얼어 죽을까요, 질식사 할까요?
A. 2시간 후 2㎞ 올라가면
산소 부족 견뎌내도 저체온증으로 고통받죠
8시간 생존은 불가능
과학자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엉뚱한 질문을 떠올려 보자. 전세계 모든 사람이 한 곳에 모여 동시에 점프하면 지구를 흔들 수 있을까. 세상의 모든 번개를 모아서 한 곳에 보내면 어떻게 될까. 인간이 자가수정을 할 수 있을까. 투수가 광속으로 공을 던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미국 뉴욕에서 영국 런던까지 차가 다닐 수 있도록 레고 블록으로 다리를 만들려면 블록이 몇 개나 필요할까.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로봇공학자로 일했던 웹툰 작가 랜들 먼로가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라온 질문들을 모았다. 그래서 책 제목도 ‘~라면 어떻게 될까’라는 뜻의 ‘What If’다. 웹툰 작가답게 ‘졸라맨’ 같은 만화 캐릭터와 재미있는 그림들을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먼로는 기상천외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하고, 기밀 해제된 군사 연구 자료를 뒤지며, 원자력발전소 운영자와 통화한다. 미국에서 비행기가 가장 많이 지나치는 주가 어디냐고 묻는 질문에는 1만개가 넘는 항공 노선을 직접 살피기까지 한다(답은 버니지아 주다).
엉뚱한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도 엉뚱하지만 그렇다고 얼렁뚱땅 결론을 내리진 않는다. 1초에 약 30㎝씩 멈추지 않고 올라가면 얼어 죽는 게 먼저일지, 질식사가 먼저일지 묻는 질문에 저자는 2시간 후쯤 2㎞ 정도 올라가면 어는점 아래로 기온이 떨어질 테고 산소 부족을 견뎌 내더라도 저체온증으로 고통 받을 거라고 얘기하며 8시간째까지 살아 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거라고 답한다.
모든 사람들이 몇 주간 서로에게서 떨어져 지낸다면 감기 바이러스를 전멸시킬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실제로 그런 상황이 일어났을 때의 상황에 대해 상상한다. 몇 주간 모든 경제 활동이 중단되면 세계 경제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말부터 먼저 꺼낸 뒤 바이러스 전문가에게 “생물학적인 관점에서만 보면 이 아이디어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답을 받아낸다. 엉뚱한 질문이라 해도 과학적 원리를 추적하다 보면 의미 있는 답을 끌어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기상천외한 질문과 유머러스한 답이 이 책의 전부가 아니다. 답을 찾아가는 추론의 과정은 흥미롭고, 답과는 상관 없지만 파생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상상하는 것도 즐겁다. 전세계인의 점프에 대한 답은 이렇다. 70억명이 한 장소에 모이면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 정도의 면적이 될 테고 모든 인간의 몸무게를 더해도 지구가 10조배 이상 무거우니 최대한 높이 점프를 한들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시에 켜는 휴대전화로 통신망이 다운될 것이고 공항과 도로는 이동하려는 인파로 수년간 몸살을 앓게 될 것이며 결국 로드아일랜드는 사회 질서가 붕괴되면서 수십 억명의 무덤이 될 것이다. 끔찍한 결론을 정리하는 저자의 마지막 한 마디는 이거다. “그래도 이제 답은 알았잖아요.”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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