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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대우조선 청문회 서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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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대우조선 청문회 서둘러라

입력
2016.06.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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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ㆍ비리 백화점을 살려야 하나

정부와 산업은행에도 커다란 책임

낙하산 서식지를 방치하지 말아야

“대우조선해양에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다. 지금까지 드러난 부실과 비리만으로도 대우조선은 이미 사라졌어야 할 기업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 회사를 살리려면 수조원 이상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살려야 할 이유가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대우조선은 부실해져도 국민 세금을 투입하니 저가 수주를 밥 먹듯이 했고, 그 바람에 다른 업체들도 부실해지면서 업계가 공도동망(共倒同亡)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푸념이 나온다. 정부는 대우조선 처리문제를 “채권단이 판단할 일”이라고 한걸음 물러선 모양새지만,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철저히 무책임했거나 비리의 공범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밝혀진 산업은행과 대우조선의 방만한 경영 행태는 벌린 입을 다물 수 없다. 2000년 이후 대우조선에 7조원이 넘는 혈세를 투입했으나, 부채비율이 7,300%에 이른다. 대우조선은 낙하산 인사, 분식회계를 통한 실적 부풀리기, 직원 횡령 등 ‘비리 백화점’의 요소를 두루 갖추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2013~2014년 영업이익 1조5,000억 원을 분식회계 했고 이를 근거로 임직원들에게 2,000억원대의 성과급을 부당 지급했다. 검찰은 2006년부터 따지면 분식회계 규모가 5조원이 넘는다고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도 산업은행의 관리ㆍ감독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이유가 의심을 사고 있다. 이 바람에 대우조선 임직원들은 경영정상화는 뒷전이고 제몫 챙기기에 혈안이 될 수 있었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은 뭘 했을까. 산은은 대우조선 지분 49.7%, 금융위원회는 8.5%를 각각 가진 1ㆍ 2대 주주다. 그런데도 분식회계를 방치하고 엉뚱한 투자에도 눈을 감았다. ‘눈뜬 봉사’가 아니라면 공범이란 얘기다. 지난해에는 영업손실이 3조원 이상 발생했는데도 임직원 격려금 877억원을 지급하도록 내버려뒀다.

매년 산은을 감사한 감사원은 왜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했을까. 이미 조선업계의 부실은 수년 전부터 감지됐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대우조선 관리부실을 지적한 적이 없다. 또 감사원의 이번 후속 조치도 전ㆍ현직 임직원에 대한 문책요구가 전부고, 그 윗선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 오히려 정권으로 불똥이 튀지 못하게 방패막 치기에 급급한 듯한 모습이다.

파업을 가결한 대우조선 노조도 부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14년 근로소득자 평균 연봉이 3,170만원인데, 조선업계 평균 연봉은 7,000만~8,000만원이었다. 20년 넘게 일한 장기근속자가 많아서라고 한다. 현재의 회사 계획대로 이를 20% 삭감해도 5,600만~6,400만원이어서 근로자 전체 평균의 2배 가깝다. 이럴진대 국민 세금으로 연명해 온 대우조선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길이 고울 리 없다.

일단 대주주인 산업은행부터 혹독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조선ㆍ해양업계의 구조조정을 담당할 자격이 있는지도 재검토해야 한다. 대우조선 말고도 산은 계열사가 수도 없이 많다. 조만간 현대상선과 한진해운도 계열사로 편입될 것이다. 산은을 그대로 두면 이곳에서도 대우조선과 유사한 커넥션이 형성될 게 뻔하다. 또 대우조선에 대해서도 방만 경영과 비리가 있을 만한 곳을 샅샅이 뒤져내고,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요구해야 한다. 회사가 부실해진 것은 노사 모두의 책임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 세금을 투입할 명분을 찾을 수 없다.

그리고 정부와 산은, 대우조선 간 얽힌 고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청문회가 불가피하다. 감사원 감사 정도로는 안 된다는 게 이번에 드러났다. 비리의 정점에는 낙하산 관행이 있다. 스스로 낙하산이라고 했던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도 “산은 계열사에도 청와대와 금융당국 산은이 3분의 1씩 나누어 낙하산을 내려 보낸다”고 했다. 낙하산 관행이 청산되지 않는 한 부패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부실기업이 낙하산의 서식지로 전락해서는 기업회생은 불가능하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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