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전투기로 선정된 미 F-35의 핵심기술 이전 실패로 좌초 위기에 놓였던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이 결국 국내기술 개발로 가닥을 잡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계획된 기한 내에 잘 마무리 짓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 KFX 사업 진행 과정에서 잘못을 저지른 관련자들은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셈이 됐다. 이를 포함해 여러 부분에서 18조원이 투입되는 건군이래 최대사업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다소 안이해 보인다는 느낌을 거두기 어렵다.
KFX 사업은 차세대 공군 전력 확보는 물론 이제 막 발을 떼고 있는 우리 항공산업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그런 점에서 국내기술 개발로 사업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은 충분한 타당성을 갖는다. 하지만 국가적 당위성과,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문제는 별개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의 세부 계획, 기술적 문제 등을 수시로 파악하고 점검해야 한다. 방사청은 4개 핵심 기술의 자체 개발 계획을 낙관적으로 보고했지만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핵심인 AESA(에이사) 레이더의 경우 일부 기술은 이스라엘, 영국, 스웨덴과 협력해 개발하겠다고 보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의 기술을 적용해 레이더를 개발하더라도 전투기와의 체계 통합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핵심기술 개발을 포함해 2025년까지 순조롭게 완료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팽배한 게 사실이다.
박 대통령은 차질 없는 진행을 당부했지만 이미 내년도 KFX 관련 예산은 대폭 삭감된 상태다. 기획재정부는 미 정부로부터 핵심기술 이전이 거부당한 사실을 알고 군이 요구한 1,618억 원에서 948억 원을 삭감한 670억 원을 정부안으로 국회에 보냈다. 국회에서는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방사청의 국내기술 개발 계획을 신뢰할 수 없다며 추가 삭감까지 고려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과연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기한 내 마무리를 지시했는지 궁금하다. 미래 안보가 걸린 국책사업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졌는데도 청와대 보고가 지연된 것은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김 실장은 핵심기술 이전 불가 보고를 국방부로부터 지난 6월에 받았지만 석 달이나 박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다. 외교안보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는데도 아무런 문책 없이 넘어가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국민 상당수는 정부가 초대형 사업을 제대로 완료할 수 있을지 강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박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는 KFX 사업을 부실한 상태로 차기 정부에 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 박 대통령이 직접 KFX의 전 과정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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