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25번 문항 출제오류 굳어져,
EBS 교재 응용하려다 실수한 듯
출제 시스템 전면적 재검토 목소리
"생명과학Ⅱ 8번은 교과서 외 내용"
선행학습금지법 위반 논란 일어
올해 대학수학능력 시험의 영어 영역 25번 문항이 사실상 출제 오류로 굳어지면서 수능 출제와 검토를 담당하는 교육당국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기존보다 더욱 세밀한 검토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음에도 오류를 바로잡지 못하면서 부실한 검토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수능 세계지리 출제 오류에 대한 수험생의 구제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슷한 사태가 발생해 평가원과 교육부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출제 오류가 명백한 영어 영역 25번의 경우 EBS 교재 문제를 응용하려다 실수가 발생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제시된 도표와 문항은 ‘EBS N제-영어 280제’ 73쪽 11번을 응용한 것인데, EBS는 ⑤번 제시문에 ‘2006년 미국 10대들의 단지 2%만 자신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SNS 상에) 올렸지만 2012년에는 이 퍼센트 포인트(percentage point)가 10배(ten times) 증가했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수능 영어 25번 ⑤번 제시문은 같은 도표에 대해‘2006년과 비교했을 때, 2012년 휴대전화 번호 항목은 18퍼센트 증가(eighteen percent increase)를 기록했다’고만 밝히고 포인트(point)를 적시하지 않는 오류를 범했다. 도표와 일치하지 않는 항목을 고르는 25번의 정답은 검토 결과에 따라 평가원이 제시한 ④번과 함께 ⑤번까지 복수정답으로 인정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가뜩이나 쉽게 출제된 영어의 등급 구분점수가 올라가 중위권 수험생들의 변별력도 약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때문에 평가원 게시판에는 수험생들이 저마다의 이해관계를 따져 ‘복수정답으로 인정하라’는 주장과 ‘더 명백한 정답이 있으니 복수정답 처리에 반대한다’는 공방으로 시끄럽다.
일각에서는 문제 오류가 어문학 전공자들로 구성된 영어 출제위원들이 통계 분야인 ‘퍼센트’와 ‘퍼센트 포인트’에 대한 개념 차이를 알지 못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EBS 문제집에도 명확히 표시된 퍼센트 포인트를 출제위원들이 몰랐다면 이는 자질 문제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출제위원들이 1차로 검토한 뒤 다른 영역 출제위원들도 교차 검토해 검토위원에게 넘긴다”며 “이후 해당 영역 검토위원들 개인 및 공동 검토, 다시 영역 간 상호 검토, 4차 최종 검토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검토과정만 총 6차례를 거친 것인데도 기본적인 오류를 걸러내지 못한 것은 검토가 형식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높다. 한 입시 관계자는 “각 영역의 전문가들이 출제한 문제를 놓고, 타 영역 전문가가 지적하는 것이 쉽지 않은 풍토”라고 설명했다.
한편, 영어 25번 문제와 더불어 출제 오류 논란을 빚고 있는 생명과학Ⅱ 8번 문항(본보 17일자 2면)에 대해서도 고교 과정에서 배우지 않는 내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올해부터 시행된 ‘선행학습금지법’ 위반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수험생들과 일부 교사들은 ‘고교 과정에서 배운 것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다른 쪽에서는 이 문제가 교과에 언급될 뿐 아니라 유추가 가능한 문제라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