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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동학대 예방, 기본 인프라 확충해야

입력
2016.11.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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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벌어졌다. 양부모가 여섯 살 된 입양 딸을 잔혹하게 학대 살해한 뒤 시신을 태워 암매장한 것이다. 모진 학대를 받다 화장실에서 쓸쓸히 숨진 원영이 이후 다시는 ‘제2의 원영이’가 나오지 않길 바랐던 국민의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1998년 4월, 필자는 전 국민을 경악하게 했던 아동학대 사건을 담당했었다. 당시 굿네이버스가 운영했던 아동학대상담센터가 찾아낸 여섯 살 남자아이는 부모의 학대와 방임으로 죽기 일보직전이었다. 이 부모가 딸을 굶겨 죽인 뒤 집 앞마당에 묻었다는 사실도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 사건은 아동복지법 개정의 불씨가 되었고, 국가 차원의 아동학대예방체계가 마련되는 계기가 됐다.

18년 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의식이 개선됐고, 관련 사회 인프라도 늘어났다. 시행 2년을 맞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은 법적 아동보호체계를 한층 강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어른들의 잘못된 행동에 인한 아동의 죽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장에서 아동학대 사망사건들을 마주하며 가장 안타까운 점은 주변인의 의심이 신고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최근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여아 사건도 통보 없이 유치원에 등원하지 않았을 때 즉시 신고했더라면, 이웃집에서 아이를 학대하는 소리를 듣고 바로 신고했더라면,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5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접수 건수는 약 2만 건으로 5년 새 5배 증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대피해아동 발견율은 미국, 호주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줄이기 위해서는 신고의무자 및 부모대상 교육 확대와 아동학대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에 정부 및 민간단체가 모두 힘써야 한다. 매년 굿네이버스에서는 10만여 명의 신고의무자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아동학대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온ㆍ오프라인 아동학대 인식개선 캠페인을 진행해 2만여 명이 참여했다. 이러한 노력이 민간단체뿐 아니라 정부와 사회 전체로 확대돼야 할 것이다.

2015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아동학대처벌법 시행 이전 대비 약 50%까지 증가한 반면 인프라 확대는 미진한 수준이다. 정부는 2년 전, 2019년까지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 100개소까지 확충하겠다고 하였으나 그 해 이후 추가 설치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단 5개뿐이다. 2017년 예산안에도 내년 추가설치 계획이 없어 아동학대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9월 ‘제10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 보고된 아동학대 대책들에도 인프라에 대한 언급은 보이지 않는다. 약속까지 남은 3년간 아동보호전문기관이 100개소까지 설치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정부는 아동보호체계 인프라 확충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고, 추진해야 한다. 또한 우리 사회는 정부가 마련한 대책들이 제대로 구축되고 가동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오는 19일은 ‘아동학대예방의 날’이다. 매년 이 시기에 굿네이버스는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 제고와 신고의 중요성을 알리는 아동학대예방캠페인을 진행한다. 이 캠페인을 통해 학대의 위험에 놓여있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사회는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도 존중 받지 못한 채 숨진 아동들을 잊지 않고, 깊은 반성과 고민을 이어가야 한다. 다시는 우리 곁에서 떠나 보내는 아이들 없도록 관련 노력을 더 이상 미루어선 안 된다.

김정미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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