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표 수행자 노먼 피셔
“정치가 혼란할 때도 도움 돼”
“(선 수행이)전 세계 구글 사무실로 확산된 걸로 봐서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 게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굳게 믿고 있는데, 이쯤에서 여러분이 진짜 기자라면 ‘팩트 체크’(사실 확인)를 해보시길 바랍니다. 전 그렇게 생각하지만, 구글은 아닐 수 있으니까요. 하하.”
미국인 선(禪) 수행자 노먼 피셔는 8일 서울 견지동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벼운 농담을 연이어 던졌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에 대해서는 “한국 정치의 난맥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생존기술 가운데 하나가 선 수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피셔는 미국에서 가장 큰 불교공동체인 ‘샌프란시스코 젠 센터’ 주지를 지낸 데 이어 ‘에브리데이 젠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는 서구의 대표적 선 수행자로 꼽힌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정보통신 기업이 몰린 실리콘밸리에 직장인들을 위한 명상프로그램 ‘서치 인사이드 유어셀프’(Search Inside Yourself)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기술 발달 시대에 선 수행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깊은 침묵으로 되돌아갈 때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절실히 깨달을 것”이라고 봤다. 현대 사회의 선 수행은 이를 위한 매우 좋은 방편이라는 얘기다. “선 수행의 핵심은 인간다움이란 무엇이고 우리를 얽고 있는 내밀한 연결이란 어떠한가를 생각하는 겁니다. 이 생각에 깊이 잠기다 보면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슴을 열 수 있습니다.”
피셔는 젊은 시절 1960년대 히피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원래 종교적 질문을 늘 품고 있던 차에 시대 분위기까지 맞물리면서 자연스레 선 수행으로 기울었다 했다. 특히 그는 ‘사랑’이란 키워드가 좋았다 했다. 피셔는 “선 수행의 뿌리가 되는 대승불교는 우리 모두 사랑으로 나아가며 이 사랑이 반드시 이뤄지리라는 확신으로 이뤄져 있다”며 “우리 시대를 사랑에 대한 믿음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요즘 같은 정치적 혼란기엔 더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피셔는 “한국에서 진행되는 정치적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벌써 탄핵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며 “가슴 아프긴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이런 일은 여러 번 있었고 그 때마다 잘 견뎌냈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치적 감정이 격렬한 지금이야 말로 오히려 선 수행이 더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의 방한은 전통적 한국 불교와 현대적 서양 불교간 대화를 위해 서울 상도선원의 선원장 미선 스님이 주선했다. 해서 피셔의 일정은 빡빡하다. 서울 상도선원을 비롯, 부산 흥법사와 관음사, 해남 미황사 등 전국을 돌며 강연을 이어나간다. 그의 방한에 맞춰 책 ‘마음-훈련’(팡세)도 번역되어 나왔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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