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과격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인질 살해 동영상이 갈수록 잔인해지고 있다. 잔혹무도한 행태를 남김없이 드러내 위세를 과시하고 IS에 적대적인 이들에 공포심을 안겨 그들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다.
IS는 그 동안 참수나 사살로 인질을 죽여왔지 화형했다고 동영상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충격과 공포’ 효과를 통해 세를 과시하려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 고문을 지낸 데이비드 필립스는 “IS가 잔혹성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고 말했다. 미국 테러감시단체 인텔센터도 “IS가 자신들의 행위를 최대로 노출할 방법을 계속해 발전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IS는 지난해부터 구호활동을 위해 시리아를 찾은 서구의 자원봉사자나 기자들을 인질로 잡은 뒤 협상을 하거나 살해해왔다. 이번 알카사스베 중위는 IS 격퇴작전에 나선 국제동맹군의 공습에 동참했다가 붙잡힌 군인이라는 점에서 처지가 다르긴 하다. 하지만 IS에 대한 공격을 저지하는 압박용으로 이들 인질을 붙잡아 죽이고 있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요르단군의 주장대로 이 영상이 한 달 전에 만들어졌다면 이미 사망한 인질을 데리고 요르단 및 일본과 포로 맞교환 협상을 하며 국제사회를 기만했다고 볼 수 있다.
IS는 자신들을 제외한 전 세계 모두가 이슬람을 파괴하려는 비무슬림으로 간주하며 극악무도한 행위를 일삼아왔다. 지난해 10월에는 간통 혐의를 받은 시리아 여성을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구덩이에 밀어 넣은 뒤 투석하는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지난달에는 이라크 모술에서 동성애자 두 명을 의자에 묶은 채 고층 건물에서 밀어 떨어뜨리는 사진을 공개한 적도 있다. 이밖에도 점령지의 인질, 이라크·시리아 정부군, 반대파 등을 십자가에 매달거나 산채로 매장하는 등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방식으로 잔혹하게 살해해왔다.
이슬람 과격세력 중에서도 IS가 유난히 잔인한 이유를 “현실에 불만을 갖거나 IS의 환상에 빠진 전세계 수니파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는 장치”(BBC)로 볼 수도 있다. IS가 동영상을 전파하면서 노리는 대로 이를 IS가 적과 싸움에서 이기는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서구 젊은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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