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조카 민영익도 수술
“자상(刺傷) 치료의 원조는 우리!”
5일 흉기 습격을 받고 얼굴과 팔 등에 부상을 입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치료를 맡고 있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유독 자상 치료와 인연이 깊다. 리퍼트 대사뿐 아니라 2006년 커터칼 피습으로 얼굴에 부상을 입었던 박근혜 대통령, 더 거슬러 올라가면 130년 전 구한말 세도가 민영익도 이 병원에서 자상 치료를 받았다.
세브란스병원은 피습 직후 당초 강북삼성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리퍼트 대사가 간단한 지혈 치료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만 하고 급히 옮겨오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병원을 바꾼 표면상 이유는 세브란스와 미 대사관 사이에 업무협정이 체결돼 있고 대사 본인도 병원을 바꾸길 원해서였다. 실제로 지난 1월 부인이 한국에서 출산한 아들(한국명 세준)이 태어난 병원이라는 점이 리퍼트 대사가 세브란스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로 회자됐다.
하지만 병원 측은 박 대통령이 9년 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선거 지원 유세를 나갔다 얼굴에 큰 상처를 입고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온 일을 거론하며 리퍼트 대사의 세브란스행이 우연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의 자상 크기와 위치가 리퍼트 대사의 것과 매우 유사했는데 미 대사관측이 세브란스의 치료 노하우를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셈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세브란스병원의 전신인 제중원 탄생 비화도 자상 치료와 연관이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8일 “1884년 갑신정변 당시 명성황후의 조카였던 민영익이 자상을 입었을 때 미국인 선교사 알렌 박사가 치료를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개화파로부터 공격을 당한 민영익도 얼굴에 큰 자상을 입었고, 고종황제는 민영익이 회복하자 감복해 알렌 박사의 부탁에 따라 최초의 서양식 의료기관인 제중원을 설립했다고 알려져 있다.
제중원 선교사들의 진료공간을 이어받은 세브란스병원은 현재 ‘알렌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고종황제가 서양식 국립병원 설립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왕립이던 제중원은 결국 국립병원의 원조’라고 주장하는 서울대병원과 제중원 적자논쟁을 벌이고 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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