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 중요한 것은 피해자에게 부과되는 입증책임을 완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서울변호사회가 실시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에 대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1,545명 중 69.9%(1,080명)가 “피해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거나 기업이 입증책임을 져야 한다”고 답했다. 인과관계를 밝혀줄 정보의 대부분이 기업의 손에 있는 상황에서 법조인들은 ‘입증책임이 부여되면 곧 패소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한다.
설문에 참여한 한 변호사는 “일반적인 손해배상 조항으로 다수 국민의 피해자가 불법행위와 손해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기업과 개인간의 관계를 고려할 때 형평성을 잃은 조항이다”며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방안이 먼저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사소송에서 핵심증거가 상대방이나 제3자에게 있는 경우 법원의 명령으로 제출을 유도하는 ‘문서제출명령’ 제도가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이조차 쉽지 않다. 이 명령에 따르지 않아도 불이익이 미미해 실효성이 떨어지고, 문서로 인정되는 범위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피해자 일부가 승소하면 다른 피해자들도 별도의 소송 없이 구제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압도적으로 많았다. 설문에 참여한 변호사 중 78.9%(1,219명)는 집단소송 도입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 가운데 56.4%(687명)는 “집단소송법이라는 특별법을 도입해 분야를 불문하고 집단소송이 허가되는 경우 해당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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