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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트럼프 시대의 한미동맹

입력
2016.12.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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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으로 얼룩진 정권교체기 한미관계

동북아 정세, 미중 관계 예속화 우려

미래지향적 한미관계에서 공간 찾아야

탄핵 정국이 외교ㆍ안보에도 파열음을 내고 있다. 당장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는 야권의 목소리가 크다. 이면에는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비선 국정농단이, 대북정책에까지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도 있을 것이다.

의심스러운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주무부서인 통일부가 개성공단 ‘잠정 중단’이라고 했던 게 왜 갑자기 ‘전면 중단’으로 바뀌었는지, 사드가 어떻게 국방부도 모르게 조기배치로 결론이 났는지, 박근혜 대통령이 왜 느닷없이 6자회담 무용론과 5자회담을 꺼냈다가 결과적으로 반나절 만에 이를 철회하는 외교망신을 자초했는지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나 같이 국민 불신을 증폭시키고 대북 지렛대의 약화를 초래한 사안이었던 만큼 꼼꼼히 되짚어 봐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박 대통령의 과거 결정을 뒤집어야 한다거나 반대로 엎질러진 물이니 그대로 밀고 가야 한다는 식으로 논쟁이 벌어지는 건 국익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한반도 주변 상황은 격변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중국은 사드 철회를 끌어내기 위해 온갖 치졸한 보복카드를 꺼내고 있고, 미국은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명분으로 혹시 한국의 여론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한 ‘대못 박기’에 나서고 있다. 혼란스런 국면을 선제적으로 끌고 가기 위한 주도권 싸움이다. 사드 문제가 우선이지만, 북핵, 안보협력 문제 등으로 충돌이 확산될 수 있고 나아가서는 한반도 안보가 우리와는 직접 관계없는 미중의 패권싸움 구도에 말려들 여지도 얼마든지 있다.

면밀히 지켜봐야 할 것은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정부의 행보다. 미중 관계가 급랭하고 한반도 정세가 갑자기 혼미해진 가장 큰 원인이 트럼프 당선자의 종잡을 수 없는 안보노선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중국의 핵심이익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버릴 수 있다고 해 역대 미 행정부가 일절 건드리지 않았던 대중외교의 근간을 흔드는가 하면 동맹외교를 재고하겠다는 발언으로 우방국을 아연실색케 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가치외교’ ‘관성외교’를 더 이상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여지는데, 버락 오바마 전임 정권에 대한 전면적 부정 이외에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제시된 게 없다.

외교사령탑인 국무장관에 다국적 석유업체인 엑손모빌 최고경영자를 낙점한 것도 일반적 예측을 뛰어넘는다. 공직경험이 전혀 없고, 더욱이 외교에서는 문외한인 그를 평가할 만한 것이라고는 러시아와의 인적 네트워크뿐이다. 오바마 정부 외교의 핵심축이었던 아시아 정책은 사실상 백지상태에서 출발하는 것과 다름없다. 역으로 생각하면 아시아 문제는 안보적 측면보다 가치의 고민 없이 ‘주고받기식’ 거래로 풀어가겠다는 뜻이 아닌지 우려된다. 대만 파문이 단적인 예다. 자체로 흔들림 없는 미중 관계의 초석이었던 대만의 정치적 지위문제를 대중 무역협상과 결부시키려는 태도로 봐서 한미동맹도 대만처럼 흥정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미국 조야에 확산되고 있는 ‘북핵 동결’ 해법도 트럼프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을 듯싶다.

우리 정부는 사드 논란에 대해 “대외정책의 변화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제 열린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에서도 대북제재 공조를 강화하고 압박을 지속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 등장으로 게임의 판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마당에 과거 프레임을 답습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사드에 대한 오바마정부의 생각이 확고부동하다 해도 이를 배치하는 것은 트럼프 정부에서다. 1개 포대 운용에 2조원 가까운 엄청난 돈이 드는 사드를 돈에 민감한 트럼프 당선자가 그냥 받아들일지도 알 수 없다. 탄핵사태로 한미 정상외교가 차질을 빚을 것을 걱정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나 보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한미동맹을 관성적으로 추종할 게 아니라 우리 외교의 미래지향적 비전을 정립하는 게 먼저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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