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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새별명은 ‘레드소닉’… 수원서 서울로 깜짝 이적

입력
2016.12.2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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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이 수원 삼성의 측면 공격수 이상호를 전격 영입했다. K리그 최고 라이벌인 두 팀이 선수를 주고받는 일은 극히 드물어 큰 화제를 모은다. FC서울 제공
FC서울이 수원 삼성의 측면 공격수 이상호를 전격 영입했다. K리그 최고 라이벌인 두 팀이 선수를 주고받는 일은 극히 드물어 큰 화제를 모은다. FC서울 제공

K리그판 ‘루이스 피구’가 탄생했다.

프로축구 FC서울은 “수원 삼성의 측면 공격수 이상호(29)를 영입했다”고 28일 발표했다.

깜짝 소식이다. K리그 최고 라이벌인 두 팀이 선수를 주고받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스페인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 주장을 지낸 루이스 피구(44)가 2001년 레알 마드리드로 팀을 옮긴 걸 떠올리게 한다. 바르셀로나 팬들은 엘 클라시코(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라이벌전) 때마다 피구에게 엄청난 야유를 보내고 이물질을 투척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에서는 토트넘에서 9년이나 뛴 숄 캠벨(42)이 앙숙인 아스날로 이적해 ‘유다’로 불렸다.

서울과 수원도 만날 때마다 으르렁대는 사이다.

현재 수원 지휘봉을 잡고 있는 서정원(46) 감독은 안양LG(서울의 전신)에서 뛰다가 프랑스 프로축구에 진출한 뒤 1999년 국내로 복귀할 때 친정 팀이 아닌 수원에 안착해 논란을 일으켰다. 분노한 안양 팬들은 서정원의 유니폼을 불태우는 ‘화형식’을 열었다. 당시 서 감독이 국내로 돌아오면 원 소속 구단인 서울에 복귀한다는 조건이 있었는데 이를 지키지 않자 서울이 소송을 내 서 감독은 3억 원을 물어줘야 했다. 수원의 상징색은 파랑, 서울은 빨강인데 서울은 이상호 영입 소식을 알리며 ‘이제는 레드소닉이다’고 홍보했다. 수원에서 이상호의 별명이 ‘블루소닉’이라는 점을 빗댄 것이다. 서울 홍보팀이 쓴 보도 자료에는 이상호가 수원 출신이라는 점이 아예 언급돼 있지 않을 정도다. 이상호는 수원에서 서울로 직접 이적한 첫 케이스다. 과거 서울에서 수원으로 직접 옮긴 국내 선수는 두 명 있다. 2006년 백지훈(31)과 2013년 이종민(33)이었다. 그 때도 화제였다.

이상호(7번)가 작년 4월 서울과 슈퍼매치에서 득점한 뒤 환호하는 모습. 이상호는 내년부터는 서울 유니폼을 입고 친정 팀 수원의 골문을 겨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상호(7번)가 작년 4월 서울과 슈퍼매치에서 득점한 뒤 환호하는 모습. 이상호는 내년부터는 서울 유니폼을 입고 친정 팀 수원의 골문을 겨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황선홍(48) 서울 감독이 이상호를 강력하게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관계자는 “황 감독이 날개(측면공격수)가 필요하다고 해서 날개를 달아줬다”며 “이번 겨울 이적시장 때 서울이 잠잠했는데 이 정도면 충분한 이슈가 되지 않겠느냐”고 웃었다. 수원 관계자 역시 “우리 팀에서 7년이나 뛴 선수를 서울로 보내는 데 고민이 컸다”면서도 “선수 구성과 향후 운영 방안 등을 두루 고려한 결정이다. K리그에 재미있는 스토리가 탄생한 걸로 봐 달라”고 말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이번 이적을 이영중 이반스포츠 사장이 추진했다는 점이다. 이 사장은 17년 전 서 감독이 수원으로 갈 때 일을 진행했던 에이전트다. 그 사건 이후 서울은 한 동안 이 사장과 거래를 하지 않기도 했다.

두 팀 팬들의 반응도 뜨겁다.

수원 구단 게시판에는 “서울과 수원이 올해 FA컵 결승에서 만나 승부차기까지 치르더니 엄청 친해졌나 보다”며 비꼬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서울 게시판에는 “오늘이 만우절이냐” “왜 걔(서울 팬들이 수원을 비하하는 표현) 선수를 데려오느냐”고 반발하는 팬도 있고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며 기대하는 여론이 뒤섞여 있다.

이상호가 수원에서 뛰던 2012년 서울을 누른 뒤 SNS에 남겼던 글. 서울 팬들은 이상호 영입 소식이 전해지자 과거 이 글을 캡처해 퍼나르고 있다. FC서울 페이스북 캡처
이상호가 수원에서 뛰던 2012년 서울을 누른 뒤 SNS에 남겼던 글. 서울 팬들은 이상호 영입 소식이 전해지자 과거 이 글을 캡처해 퍼나르고 있다. FC서울 페이스북 캡처

서울 팬들은 2012년에 이상호가 SNS에 남긴 글을 캡처해 올리고 있다. 이상호는 2012년 FA컵 16강에서 서울을 2-0으로 누른 뒤 ‘서울은 수원의 라이벌도 아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서울 팬들의 반발을 산 적이 있다. 2017년 K리그에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탄생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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