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해요. 인터뷰가 처음이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혹시 실수하면 말해주세요."
누군가의 생애 첫 인터뷰를 담당하는 건 기자에게도 뜻 깊은 일이다. 지난달 서울 광진구 화양동 투에이블컴퍼니를 찾았다. 복도 끝 연습실에 주원탁이 있었다. '프로듀스101 시즌2'에서 '만세'로 뒤늦게 조명됐던 연습생 주원탁의 A to Z를 알아 보기로 했다.
▲"85→60kg 다이어트, 친구들도 못 알아봤죠"
1996년 2월 24일 서울, 정확히는 여의도에서 태어났다. 혈액형은 O형, 2남 중 차남이다. Mnet '프로듀스101 시즌2'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자마자 1차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탈락과 동시에 수많은 팬들이 생기기도 했다. 인터뷰날 팬들이 준 선물을 기자에게 직접 자랑했고, 팬들이 보내준 쿠키도 꺼내놨다. 열심히 먹기도 했다.
-배고팠나 보다
"제가 원래 먹을 게 있으면 끝까지 먹는 스타일이라 그렇다. 잘 먹기도 하고."
-잘 먹는데 살이 안 찌는 스타일인 건가
"아, 아니다. 중학생 때 체중이 85kg이었는데 25kg을 뺐다. 중학생 때 살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고, 많이 힘들었다. 고등학교로 올라 가면서 죽자살자 빼보자 했다, 거식증이 걸릴 정도로…. 한두 달 만에 뺐는데 요요는 안오더라. 85kg에서 60kg까지 빠진 거다. 이후에 친구들이 못 알아보는 게 재밌었다. 다만 사람들 태도가 전과 바뀌는 게 싫었다. 외모가 괜찮아졌다고 갑자기 누구로부터 연락이 온다든지 하는 게 참…. 성형수술은 전혀 안 했다.(웃음)"
▲"야간 택배부터 전단지까지, 안 해 본 알바가 없어요"
-언제부터 가수의 꿈을 꿨나
"중3 때부터였다. 그래서 혹독하게 다이어트를 한 것도 있고. 결심을 하고, 그때부터 아르바이트 해서 스스로 돈으로 노래 학원을 다녔다. 공부를 나름 좀 했었는데.(웃음) 그래서 가족들한테 말을 안 하고 노래 학원을 다니다가, 대학 진학은 저 혼자 결정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고3때 가족들에게 말을 했다. 말씀 드린 후에도 공부를 하라고 권하시고 반대가 심하셨다. 그래서 이틀 동안 무릎 꿇고 빌었던 기억이 난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지 않다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가족이 응원을 많이 해준다."
-아르바이트를 해 노래 학원을 다녔다니
"정말 안 해본 알바가 없다. 카페, 웨딩홀, PC방, 편의점, 야간택배, 전단지, 인형탈, 주유소까지. 특히 웨딩홀 아르바이트는 3년 정도 오래 하다가 직원도 달았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아무래도 야간택배랑 웨딩홀이다. 하루 13시간 가량 일했다. 밤중에 야간 택배일을 하고 등교했고, 웨딩홀은 서빙도 하고 주방일도 하고 안내도 하고…. 방과후에 학원을 가는데 제가 진짜 고생해서 번 돈으로 학원을 다니는 거라 시간을 허투루 쓸 수가 없더라. 거의 학원에서 살다시피 했다. 노래도 원랜 못 했는데 많이 배웠다."
-그 정도로…. '가수가 되고 싶다' 생각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우연히 길을 가다 버스킹을 보게 됐는데 너무 멋있었다. 그래서 처음엔 밴드 음악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다가, 여러 다양한 음악을 듣다 보니 하고 싶은 게 많아졌다. 최종 목표 두 가지가 있다. 도쿄돔에 서 보는 거, 거기 관객을 꽉 채워보는 게 첫 번째다. 실제로 일본을 갔을 때 도쿄돔부터 찾아갔었다. 진짜 멋있더라, 사람이 콩알만 하게 보이고. 그리고 두 번째는, 길을 가다 보면 거리에서 음악이 흘러나오지 않나. 거기 제 목소리가 담긴 제 노래가 나오는 거다. 그럼 정말 좋을 것 같다. 사람들이 듣고 '이거 원탁이 노래네' 하는 거 말이다."
▲"아스트로 데뷔조, 몸치라서 떨어졌어요"
-'프로듀스101' 출연 전이 궁금하다
"그동안 데뷔 직전에 데뷔 기회를 많이 놓쳤었다. 제일 크게 후회가 남았던 때는 아스트로 데뷔 조에 있다가 결국 데뷔를 못 했던 때다. 사실 전 그땐 춤을 아예 못 췄었다. 몸치 수준이었다. 춤 때문에 떨어지게 됐고, 그 뒤로 춤 연습에 매진했다. 열심히 연습하다 '프로듀스101 시즌2' 준비를 하게 됐다. '프로듀스101'은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촬영에 임했다."
-아스트로 데뷔조라면, 그땐 판타지오 연습생이었겠네
"원래 노래는 고등학생 때부터 시작했는데 원래 아이돌을 할 계획은 아니었다. 김범수 선배님 같은 보컬리스트가 되고 싶었다. 2~3년 전에 우연히 SNS로 판타지오 측의 연락을 받았고, 자랑 같아서 좀 쑥스럽지만(웃음) 아이틴 오디션에서 몇 만 대 1 경쟁률을 뚫었다. 회사에 들어가 아이돌 연습생을 하면서 처음 춤을 처음 접하게 됐다."
주원탁은 그룹 언더독 멤버로 잠시 활동을 했었지만 정식 데뷔는 아니었다. 정식 데뷔가 아니었다고 말하는 건 그가 언더독 앨범 작업에 참여하지 않은 채 행사, V앱 등에서만 멤버로 활동했기 때문. 이후 주원탁이 '프로듀스101' 출연을 확정했고 팀은 소속사와 계약 해지 후 해체 수순을 밟았다. 워낙 멤버 교체가 잦았던 그룹이라 언더독 멤버였던 이들만 수십 명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역시 '프로듀스101 시즌2'에 출연했던, 언더독 활동 이력이 있는 윙즈 연습생 김용진과 주원탁의 활동 시기가 겹치지 않는 것도 그 이유다.
-언더독 활동 기간은?
"데뷔는 아니고 방송 등 활동만 3개월 정도 했다. 중간에 합류를 했다, 중간에 멤버로 참여한 거고 앨범 제작엔 참여하지 않았다."
-김용진과 활동 시기가 달랐구나
"누군지 알고는 있었는데 '프로듀스101'에서 처음 얼굴을 보고 친해졌다."
▲"초기 '프듀2' B반 리더, 많이 울었습니다"
-'프로듀스101' 출연을 언제 확정했나
"지난해 11월쯤이었던 것 같다. 첫 등급 평가 무대는 2~3주 정도 준비할 수 있었다."
-B반 리더였다고. 방송 분량은 적었다
"B반 리더를 하면서 되게 많이 울고 에피소드도 많아서 방송에 나올 줄 알았는데 안 나왔다.(웃음) 저만 운 줄 알았는데 다들 많이 울었더라."
-왜 많이 울었나
"리더가 총대도 매고 하는 역할이다 보니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리더는 어떻게 됐지
"리더를 뽑는 시간이 있었는데 리더 하고 싶은 사람 손을 들라고 하더라. 여러 명이 손을 든 가운데 제가 하고 싶다고 어필을 했다. 그간 어디 가서도 꼭 막내였기 때문에 리더를 꼭 한 번 해 보고 싶었었다. 반 애들이 뽑아줘서 제가 리더가 됐었다."
-투표로 된 리더였구나. 특별히 친해진 연습생이 있나
"101명과 다 친해지는 걸 목표로 프로그램에 들어갔다. 제가 원래 친화력이 좋기도 하고. 당시 B반 연습생들과 다들 연락을 하고 지내고 있다. 아무래도 제일 친한 건 배틀평가 '만세' 1조 팀이다. 사실 101명 중 기회가 없던 몇 명 말고 웬만한 애들이랑은 다 친한 것 같다."
▲"'만세' 1조 팀원 하차, '멘붕'이었죠"
-'만세' 무대 준비 기간이 어느 정도였나
"'만세' 무대 준비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처음에 곡을 선택하고 이틀인가 삼일 뒤에 중간 평가가 있었고 그 뒤에 바로 공연을 했다. 일주일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중간에 팀원이 퇴소하면서 안무 동선을 바꿔야 하지 않았나
"그렇다. 무대 올라가기 이틀 전이었다. 그때 많이 멘붕이 왔었다."
-연습 중 박우담이 울 때 '우리가 못 해서 그래?' 농담한 게 잡혔다
"제가 분위기 메이커를 맡고 있어서, 팀 내에서 그런 (다운된)분위기를 볼 수가 없어서 장난을 많이 쳤었다. 우담이가 많이 울어서 다독여주고 그랬다. 울보다."
-노래가 꽤 높았을 텐데
"'만세' 음이 놓아서 무대 리허설을 했을 땐 음이탈도 났었다. 우담이도 있지만 혼자 다 할 수 없으니 저랑 우담이랑 둘이서 하이라이트 부분을 맡아서 했는데, 연습을 많이 한 탓에 목이 안 좋아져서 본 무대 전까지 엄청 떨렸다.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무대 할 때는 목소리가 잘 나와서 정말 다행이었다."
"원래는 무대에서 표정 짓는 걸 진짜 못 한다. 이번에 표정 연습도 많이 해 보게 됐고, 많이 신경을 썼다. 현장 평가는 반주에 코러스는 아예 없고 완전 생라이브였다. '만세' 원곡엔 13명 목소리가 들어 있지 않나. 비어 보이지 않도록 라이브때 채워주자고 해서 팀원들이 일부러 더 업된 상태로 노래했다. (우)진영이도 일부러 신나게 랩을 소화했던 것 같다. '엠카운트다운'은 립싱크를 했는데, 저희가 생각해도 라이브때 무대가 더 좋았던 것 같다."
▲"탈락 후 '엠카', 퇴근길엔 좀 씁쓸했어요"
주원탁은 '프로듀스101 시즌2' 탈락 후 '엠카운트다운' 무대에 올랐다. 배틀 평가에서 '만세' 1조가 전체 1위를 차지하면서 얻은 기회였다. '엠카운트다운' 방송 후 미니팬미팅을 열고 200여 명 팬들을 만났다. 커피를 대접했고, 팬들과 사진을 찍고 프리허그를 하면서 스킨십했다. 예상보다 많은 팬들이 몰려 1시간 정도 계획한 팬미팅이 3시간을 훌쩍 넘겼다. 주원탁에겐 더 없이 행복한 기억이었다.
-탈락하고 '엠카'를 가서, 씁쓸했을 것 같다
"조금은 그랬다. 그래도 '프로듀스101' 스태프 분들이 '엠카' 현장에서 보고 많이 반겨주시고 해서 정말 좋았다. 다만 퇴근길에 많이 씁쓸해지긴 했다. 제 보컬의 매력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포지션 평가에서 못 보여드려서 그게 많이 속상했다. 떨어졌다는 것보다 제 노래를 제대로 많은 분께 못 보여드린 게 아쉽다."
-그래도 미니팬미팅이 있었다
"우울하게,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었는데 그날 이후로 열심히 하고 있다. 빨리 보답해드리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얘 94위 실화인가요?"
-적은 분량이었는데, 나중에 첫 등수를 받고 우울해 하는 표정이 잡혔다. 옆에 박우담도 있었고.
"(웃음)나중에 그 장면이 많이 회자되더라. 그런데 전 당시 우담이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줄도 몰랐다. 92등인 걸 보고 멘붕이 와서 혼자 생각에 잠겨서 심각하게 있던 장면이다."
-'만세' 무대, 직캠을 늦게 본 팬들이 많이 아쉬워했다
"그러게. 영상이 떴을 때 제가 못 해서 '안 나와서 다행이네' '방송 안 나온 게 당연하네' 그런 소리가 들렸으면 차라리 마음이 편했을까. 아쉽다."
-본인의 직캠을 본 소감은
"그런 게 익숙하지가 않아서 오글거리기도 했는데 많이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었다."
-지금과 다르게, 여유 있어 보였다
"무대 위에 올라가면 그렇게 바뀌는 스타일이다."
-직캠으로 이렇게 반응이 올 거라 예상했나
"우담이도 있고 (김)태동이도 있어서 제가 보일 거라 생각을 못 했다. 전체 무대 영상에서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은데."
-팬들 반응을 다 봤나
"커뮤니티 글도 읽고 직캠 댓글도 다 읽는다. 저한테 잠깐이라도 시간 내서 관심을 표현해주신 거 아닌가. 연예인이 한두 명도 아니고 예쁜 사람, 잘생긴 사람, 잘하는 사람이 참 많은데 저한테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등수 하락, 속상해하는 가족들 보는 게 힘들었어요"
-결국 1차 탈락이었다
"3주차 방송 때 순위가 나오고 거의 바로 순위 발표식 녹화였다. 그러니 3주차 결과와 순위 발표식 결과에 변동이 거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다만 1주차(92등)에서 2주차(83위)에 등수가 올라서 3주차 때 등수를 기대해보자 했는데 제가 다시 94등으로 푹 내려왔다. 당시 집에서 가족들이랑 같이 방송을 보고 있었는데 가족들이 티는 안 내도 많이 속상해했다. 제가 좀 마음이 그렇더라. 내가 상처 받는 거 보다 주변 분들이 저 때문에 미안해하고 속상해하고 이런 게 더 힘든 거 같다."
-분량이 적었지
"1~3화 분량을 두세 달 정도 찍었는데 제가 나온 건 5초 정도가 안 됐더라. 마지막엔 좀 나왔는데."
-탈락하긴 했지만, 62위까지 올랐다
"90위권이었고, 직캠 등도 늦게 나왔는데 그렇게 며칠 만에 60등대에 갈 줄 생각도 못 했다. 누적 투표이니 더 힘들 거라 생각했고, 시청자 분들 사이에 제가 알려진 건 며칠밖에 안 됐는데 등수가 올라 깜짝 놀랐다."
-탈락했을 때 당시 심경이 궁금하다
"90위 권이다 보니 50위권을 발표할 때 제가 불리지 않으면 탈락한 거라 생각했고, 이후론 '아니겠구나' 하고 마음 편히 발표식을 보고 있었다. 60등을 가장 마지막에 발표하지 않았나. 8~9시간 녹화가 진행됐는데 그 마지막에, 60등 후보 얼굴을 비춘 스크린에 제 얼굴이 올라 있더라. 그 순간엔 다시 좀 기대가 됐다.(웃음) 결국 이름이 안 불려서 속상하긴 했고."
-'프로듀스101' 기간 중 후회되는 순간이 있나
"정말 많다. 처음에 1등 의자에 앉을 걸, (안)형섭이가 앞에 나와서 'PICK ME' 출 때 저도 같이 나가서 출 걸, '엠카'에서 '나야 나' 할 때 윙크를 할 걸.(웃음) 그래서 윙크는 그 뒤로 원없이 하고 있다."
▲"'프듀101' 저도 모르던 저를 발견한 계기였죠"
-SNS를 활발하게 하던데. 팬들로부터 메시지가 많이 오겠다
"팬들한테 감사하다. 답변은 못 드려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다 읽었는데, 그 메시지를 일일이 확인한다는 소문이 퍼져서 최근엔 더 많은 분들이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30분에 몇 천 개씩 오다 보니 지금은 다 확인을 못 하고 있다."
-팔로워도 많이 늘었고?
"2주도 안 돼서 1만7~8000명이 늘었다. 출연 전 팔로워는 총 1000명 정도 됐었는데. 그리고 '좋아요'가 빨리 올라서 신기하다. 팬들이 선물을 보내주시는 것도 감사하고."
-'프로듀스101 시즌2'을 통해 무엇이 변했나
"제 길의 방향성을 찾은 거 같다. 잠깐 스쳐지나갔지만 맛은 본 거 같아서.(웃음) 그리고 저조차 몰랐던, 저한테 있는 능력을 알 수 있었다. 리더를 하면서 리더십을 발견했고, 내가 이런 표정도 지을 수 있구나, 내가 사람들을 이런 포인트에서 즐겁게 해줄 수 있구나 이런 걸 많이 배웠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남기자면
"지금 주시는 관심과 사랑을 꼭 잊지 않고 금방 또 다시 찾아갈 거니까 그때는 더 많은 사랑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엄청 열심히 노력해서 깜짝 놀랄 만한 걸 가져올 테니까 기대해주세요!"
한편 데뷔를 준비 중인 주원탁은 오는 25일까지 전국 5개 도시에서 팬미팅을 열고 팬들과 만난다.
강희정 기자 hjk07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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