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연재. /사진=손연재 인스타그램
[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꼬마 숙녀는 남들처럼 인형을 갖고 놀았던 기억이 별로 없다. 다섯 살 때 집 근처인 서울 세종대 어린이 리듬체조 교실을 다녀온 뒤 그의 놀이터는 언제나 매트 위였다. 리듬체조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다이어트다. 딸이 예쁘게 자라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이 담겼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기술 습득 능력이 빨랐다. 또 기술을 터득할 때마다 말 못할 성취감을 느꼈고 '리듬체조로 성공하겠다'는 꿈도 생겼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2ㆍ연세대)가 화려한 피날레를 준비하고 있다. 개막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그 무대다. 설렘이나 긴장감은 없다. 어느덧 리듬체조를 시작한지 18년, 두 번째 올림픽이라는 경험이 요정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러시아에서 전지 훈련 중인 손연재는 최근 본지와 서면 인터뷰에서 "올림픽 관련 기사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니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실감한다"며 "2012년 런던올림픽을 한 번 준비해 봐서 그런지 아직 설레거나 긴장감 없이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질 없이 진행 중인 리우로 가는 길
손연재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팬들과 소통한다. 국제 대회에서 활약한 모습 또는 수상 사진을 올릴 때 '로드 투 리우(Road to Rio)' 문구를 해시태그(# 뒤에 특정 단어를 붙여 게시물의 분류와 검색을 용이하도록 만든 메타데이터)로 단다. 이에 대해 손연재는 "문구 그대로 리우 올림픽을 향해 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올림픽의 해를 맞아 손연재는 승부수를 던졌다. 네 종목(볼ㆍ호프ㆍ곤봉ㆍ리본) 프로그램에 경쾌한 댄스 스텝과 풍부한 표정 연기를 추가해 작품 구성을 꽉 채웠다. 또 한 쪽 다리를 들고 제자리에서 도는 포에테 피봇을 종목마다 넣었다. 어느 때보다 연기를 소화하는 데 체력 소모가 큰 만큼 웨이트 트레이닝과 기초 체력 훈련에 집중했다. 그 결과 출전하는 대회마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올해 첫 국제 대회였던 모스크바 그랑프리(2월19~21일)에서 개인종합 72.964점을 받았지만 최근 과달라하라 월드컵(6월3~5일)에서는 이번 시즌 최고인 74.650점을 찍었다. 종목별 점수 역시 목표했던 18.500점대를 넘어 18.800점대까지 받았다.
손연재는 "올림픽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보다 그 동안 해왔던 대로 훈련을 하고 있다"며 "계속 신경 써 준비하는 부분은 체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체력이 있어야 표정과 동작에 여유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연기 점수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겨울 내내 고강도 체력 훈련과 기술 훈련에 열심히 매진했던 것이 좋은 결실로 돌아온 것 같아 뿌듯하다"며 "현재 점수에 자만하지 않고, 지금 페이스를 잘 유지해 더 높은 점수를 목표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 초등부 시절 손연재(왼쪽부터)-중등부-고등부. /사진=갤럭시아SM
◇머리 속은 온통 올림픽
손연재는 모든 컨디션을 올림픽에 맞췄다.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펼쳐진 베를린 월드컵에 불참한 이유 역시 컨디션 조절과 체력 안배를 위해서였다. 대신 오는 8일부터 10일까지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출전한 뒤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되는 월드컵(22~24일)을 마지막으로 모든 점검을 마친다. 이후 7월 말 결전의 땅 리우데자네이루 인근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하고 8월15일 선수촌에 입촌한다. 올림픽에서 리듬체조는 8월19일 시작해 21일 메달 색이 가려진다.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개인종합 5위에 오른 손연재의 이번 대회 목표는 메달 획득이다. 세계 최강 러시아의 야나 쿠드랍체바(19)와 마르가리타 마문(21)이 금, 은메달을 두고 다툴 확률이 높고 손연재는 멜리티나 스타니우타(23ㆍ벨라루스), 안나 리자트디노바(23ㆍ우크라이나)와 동메달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손연재는 "많은 분들의 성원으로 대한민국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수로 선수 생활을 잘 할 수 있었다"며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 있는 만큼 기대에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손연재는 올림픽을 마친 뒤 가장 하고 싶은 일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곧 다가올 올림픽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올림픽 이후 일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 "올림픽에서의 좋은 결과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경기에 필요한 부분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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