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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부랴부랴 대책'에 부작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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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부랴부랴 대책'에 부작용만…

입력
2016.10.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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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집단대출 전수조사에

상호금융도 점검 나서 '대출 죄기'

보금자리론 사실상 중단 등 후유증

18일 서울 송파지역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를 항공기에서 촬영한 모습. 연합뉴스
18일 서울 송파지역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를 항공기에서 촬영한 모습. 연합뉴스

“소득심사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잘 자리잡고 있는 만큼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은 지난해에 비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올해 가계부채에 대한 당국의 대응방향을 밝히면서 내린 진단이다. 신규 대출의 상당 부분이 주택구입 등 생산적인 곳에 사용되는 만큼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 당국은 이 같은 진단을 바탕으로 가계부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 2금융권 관리 강화, 주택연금 활성화 등의 대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만 가계부채가 54조2,000억원 급증,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당국의 예상은 처참하게 빗나갔다. 이렇게 폭증한 빚은 고스란히 부동신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하고 이런 과열이 주변지역으로까지 번지기 시작하면서 여기저기서 “2006년과 버금가는 과열”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뒤늦게 심각성을 깨달은 정부는 8월 주택 공급 물량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춘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최근 들어서는 가계부채 축소 대책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이번에도 정부 예상과 달리 공급 축소가 오히려 집값을 끌어올릴 거라는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가계부채는 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집값은 더 가파르게 오르는 현상이 빚어진 탓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쏟아내고 있는 대책은 전방위적이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시중은행 집단대출 현황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섰다. 집단대출을 엄격히 취급하도록 시중은행들을 압박하겠다는 취지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집단대출을 중단하라고 하진 않지만 매달 집단대출 현황을 점검하다 보니 최대한 줄이라는 시그널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집단대출 취급에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는 중도금대출에 대한 보증 비율을 줄이고 은행을 상대로 심사를 강화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신규 분양 아파트에 대한 중도금대출을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인기 지역을 제외하고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은행을 조이자 2금융권으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옮겨 붙는 ‘풍선 효과’가 예사롭지 않자 2금융권에 대한 대출 죄기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농협, 신협 등 상호금융회사를 상대로 소득심사 등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점검에 들어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국의 점검 만으로도 대출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이와 함께 올 연말까지 상호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 심사를 강화하는 ‘맞춤형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 뿐 아니다. 대출 증가세가 가파른 은행에 대해서는 특별점검이라는 칼을 빼 들었고, 한도를 크게 초과한 서민 정책금융 상품인 보금자리론은 연말까지 대출 요건을 대폭 강화하면서 사실상 중단하기까지 했다.

동시다발적으로 설 익은 대책들을 쏟아내다 보니 여기저기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보금자리론 요건 강화로 연말까지 집을 구매해야 하는 무주택자들은 금리 손실을 감수하고 일반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할 상황이 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5월 이후 공급한 공공분양아파트 6개 단지가 중도금 집단대출을 해 줄 은행을 구하지 못해 청약 당첨자들이 중도금을 내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건설업계 한 임원은 “급작스러운 규제로 건설사뿐 아니라 수요자, 특히 서민층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식의 가계부채 규제가 서울 강남 지역을 비롯한 부동산 시장 과열을 잡는데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도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가장 효과적이고 핵심적인 수단인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손을 대지 않으려다 보니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는 설 익은 대책들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DTI 한도 강화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전향적인 발언을 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정부 내에서는 DTI와 LTV를 손 대는 것은 ‘금기사항’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DTI 규제만 다시 강화한다면 자녀들 명의로 주택을 구입해서 차익을 남겨 되파는 등의 투기 수요를 정교하게 도려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규제를 건드리지 않은 채 주택공급을 줄인다거나 대출 총량을 줄이는 식으로 접근하다 보니 예기치 않은 부작용들이 속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숱한 가계부채 및 부동산 과열 경고를 무시하다가 뒤늦게 부랴부랴 수습하려다 보니 해법이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부 초빙교수는 “정부가 대책시행 시기를 무리하게 앞당기는 등 연착륙과는 거리가 멀다”며 “실체 없는 선언적 경고로 은행만 밀어붙일 게 아니라 어떤 식으로 가계부채를 줄일지 시장에 충분한 시그널을 줘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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