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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장 열기, 오케스트라로 느껴보세요

입력
2015.01.2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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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심포니 상주작곡가 김택수

개인전 경험 녹여낸 현대음악 신작

한국ㆍ오스트리아 등서 초연

4월 1일 예술의전당 'Spin - Flip'

김택수씨는 “미국에 있으면서 좋은 작곡가를 양성하기 위한 시스템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배운다”고 말했다. 코리안심포니 제공
김택수씨는 “미국에 있으면서 좋은 작곡가를 양성하기 위한 시스템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배운다”고 말했다. 코리안심포니 제공

의식의 너머에서 청각은 시각에 선행할지 모른다. 지금은 학업을 위해 멀리 있지만 코리안심포니 상주 작곡가 김택수(34)씨가 유아 시절에서 청년기까지 한국에서 반복적으로 접한, 또 무시로 되살아나는 음향의 편린들에 대해 드디어 답장을 띄운다. 미국 인디애나대 제이콥음악학교에서 음악이론 박사 과정(전자음악 부전공) 중인 김씨가 세계 초연할 두 편의 작품은 개인적 경험을 현대음악이 어떤 식으로 작품화하는지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왕년의 유명 탁구 선수와 동명이라 사람들은 저를 쉽게 기억하죠. 아예 탁구를 소재로 한 작품을 쓰자고 마음 먹어왔어요.” 공 소리와 관중의 함성 등 경기장 내의 모든 소리를 오케스트라로 재현함은 물론, 제목으로 대학 시절 공부한 양자역학 이론의 명칭을 붙였으니 작품은 독특한 과거담이다. 농구 공을 튀기는 소리를 소재로 했던 ‘Bounce’(20인조 앙상블), 커피 원두 가는 기계에서 영감을 얻었던 ‘Shake It’(8인조 실내악) 등 전작들의 아이디어를 잇는다. 4월 1일 예술의전당에서 임헌정 지휘로 연주될 10분짜리 오케스트라 곡 ‘Spin?Flip’이다. 올해 교향악축제의 시작을 알릴 이 날 무대에는 김씨의 초연작을 비럿해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 5번 e 단조’ 등도 연주된다.

그의 일상성은 또 다른 신작 ‘코오’에서도 빛을 발한다. “어렸을 때 들었던 “코오~ 자자”라는 말에서 영감 얻었어요, ‘자장 자장’하는 전래 자장가의 테마까지 차용했죠.” 비올라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25분의 협주곡인 이 작품은 평균 한국인의 삶에 밀착돼 있다. 아이를 잠 재우는 과정을 그린 1악장, 현대 한국인의 분주한 낮을 그린 2악장, 1악장의 주제를 타악 중심의 선율로 변형시킨 3악장으로 발전하며 차츰 일반적인 현대 세계로 확산된다. 10월 2일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4일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세계 초연할 예정이다.

두 작품은 작곡가의 길지 않은 인생의 단면을 회상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김씨는 “포스트모던한 흐름이 없진 않지만 결국 매우 개인적인 작품”이라며 “‘코오’는 어떤 의미에서 복고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4년째 미국서 사는 그에게 과거와 미래는 시간적ㆍ공간적으로 혼재한다.

그의 또 다른 면모는 국악과 맺어온 내밀한 관계가 잘 증명한다. 2011년 정가에서 이름을 따온 ‘평롱’은 국악을 서양음악 악기를 위한 작품으로 편곡해 달라는 대금 연주자 김정승과 작업이 낳은 작품이다. 이후 해금 연주자 김정연을 위해 ‘Affekten(단일 감정 표상을 뜻하는 바로크 음악 용어)’을 작곡하는 등 국악은 그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굳혔다. “유학 오고 나니 한국인이라는 의식이 더 깊어져요. 좁은 국토 안의 급속한 변화, 사라져 가는 것들 등 지극히 한국적인 현상들을 재미있게 관찰하게 됐어요.”

그는 한국 민요를 음악의 재료로서 주목한다. “2012년 작곡한 ‘찹쌀떡’은 한국인이라면 금방 알아차릴 찹쌀떡 장수의 목청 선율을 주조로 한 작품이죠.”통영국제음악제가 위촉한 ‘구도의 장인들(Monastic Sacrifice)’은 불교의 예배 의식을 음악화했다. 전통 제례 의식 역시 관심의 대상이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이자람의 판소리를 연구하는 등 판소리 공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와서는 ‘너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집중하고 있어요. 음악의 원리를 파악하고 본질에 접근하자는 생각이죠.” 재독 작곡가 진은숙을 최초의 스승으로 둔 그가 스스로 정리하는 현재다.

코리안심포니 상주작곡가로서 앞으로 상당수의 작품을 창작하는 것은 물론 각색도 할 요량이다. 이미 일가를 인정 받은 터다. 2014년 소치에서 열린 동계 장애인올림픽 개막식 곡은 소프라노 조수미에게 편곡해 준 카자흐스탄의 ‘자장가’를 주최 측이 접해 듣고는 그에게 당시 행사용으로 편곡해 달라고 의뢰를 넣은 것이다.

장병욱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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