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항공권 예약 서비스를 시작한다. 카카오톡을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만능 플랫폼’으로 키우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다. 막대한 이용자를 거느린 카카오의 여행업 진출에 중소 여행사들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라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카카오는 모바일 다음에 항공권 가격 비교 서비스 ‘항공권 by kakao’를 업데이트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미 다음을 통해 항공권 검색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이번 업데이트로 한층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톡에서는 현재 베타 서비스 페이지로 들어갈 수 있는 아이콘이 제공되고 있으며, 조만간 ‘카카오톡 더보기’에서도 서비스될 예정이다.
카카오는 이번 서비스의 장점을 ‘가볍고 빠른 이용 환경’과 ‘다양하고 편리한 정보 제공’이라고 소개했다. 카카오 계정만 있으면 따로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모두투어, 와이페이모어 등 12개 제휴 여행사가 보유한 항공권을 바로 예약할 수 있고, 예약 정보 등이 카카오톡 메시지로 전송돼 편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항공권 by kakao를 이용해 해외 항공권을 예약해봤더니, 한 화면 안에서 가격 비교부터 결제까지 완료할 수 있어 편리했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해외 항공권은 전 세계 1,200여개 파트너사를 둔 스카이스캐너보다 다양하고 저렴한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예약한 항공권에 대해 시차나 야간비행 여부 등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도 눈에 띄었다. 다만 카카오페이와 연동되지 않아 카드 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불편함은 다소 아쉬웠다. 카카오 관계자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카카오페이 등 여러 추가 기능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 4,2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을 등에 업은 카카오의 여행 사업 진출에 여행사들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여행사는 소비자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노출될 좋은 기회라는 의견과 함께 ‘거대 공룡’인 카카오가 결국 중소 여행사 중심의 골목상권을 삼킬 거라는 불안감도 있다.
국내 중소 여행사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공정여행업협회(KAFT)는 이달 ‘카카오 여행사업 철회 공동청원’을 진행하기도 했다. KAFT 관계자는 “동네 여행사들은 1만원을 받아야 본전인 수수료를 카카오는 1,000원만 받아도 수십억원을 벌 수 있어, 경쟁 자체가 안 된다”면서 “카카오나 네이버가 여행업을 확장해갈수록 전국의 1만5,000여개 중소 여행사들은 점점 살아남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이버는 2015년부터 항공권 검색 서비스에 뛰어들어 꾸준히 이용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이미 발권 실적 면에서 인터파크투어를 넘어섰으며, 소비자 평가나 검색량은 2011년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스카이스캐너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대형 여행사들은 네이버나 카카오의 항공권 중개를 ‘판매 채널 확장’이라고 보고 적극적으로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포털을 통한 유입량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상당하다”면서 “기존 여행사들과 상생 관계를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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