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매출 모두 곤두박질, 문 닫는 상가 속출… 증시도 우울
통상 유통업체의 12월 매출 비중은 전체의 10%를 넘는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겹쳐 각종 모임이 잦은 데다 선물 수요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12월은 국내 유통ㆍ서비스 업계에서 연중 최대 대목으로 꼽힌다. 하지만 올해엔 지속된 경기 불황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예년의 연말 풍경을 찾아보기 어렵다. 크리스마스가 코 앞인데도 화려하게 빛나는 트리나 흥겨운 캐럴 송이 종적을 감췄다. 이는 각종 경제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겨울 정기세일을 시작한 롯데백화점의 6일까지 매출 실적은 전년 동기대비 1.4% 증가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8.2%)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지방의 연말 경기는 더욱 냉랭하다. 백화점, 대형마트, 전통시장 모두 마이너스 신장세다. 전통시장은 주말에도 한산하기 일쑤고, 전국 이마트의 11월 의류 매출은 전년 동기비 16.2%나 감소했다. 한국은행 부산본부가 최근 부산의 417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12월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ㆍ100 기준)는 78로 바닥 수준이다. 비제조업 BSI는 더욱 심각해 75를 기록했고, 내수기업은 67로 전월에 비해 4포인트 낮아졌다.
이처럼 체감경기가 썰렁하다 보니 문을 닫는 상가가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3분기 상가 공실률은 10.5%로 작년 말 10.2%에 비해 0.3%포인트 증가했다.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1분기 8.9%를 기록한 이래 6분기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며 1.6%포인트나 오른 상태다. 최근 연말 특수 실종으로 폐업이 늘고 있어 4분기 공실률은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서울 강남에서 5년째 사주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9)씨는 “올해처럼 조용한 연말은 처음 보는 것 같다”며 “임대료, 관리비 등을 제하고 못 벌어도 월 200만원은 남겼는데, 올 가을부터 적자로 돌아서 좀체 매출이 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상가 경기의 전반적인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말 소비시즌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시에 형성됐던 ‘산타 랠리’도 사라졌다. 코스피지수는 1920선에서 횡보하며 연초 대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말 낙관론을 언급하며 2000 돌파를 자신하던 증권사들은 “대외적인 악재 탓에 연말 랠리는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조심스럽게 비관론으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내년 경기 전망도 어둡긴 마찬가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민간 소비가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가계부채 확대, 기업실적 부진 등이 겹치면서 당분간 내수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