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 내용을 누설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말 처가 소유 건물 매각과 의경 아들 복무 특혜, 진경준 검사장 인사 검증 소홀 등 우 수석 관련 의혹을 두고 감찰에 착수했던 이 특별감찰관이 결과를 내놓기도 전에 구설에 오른 것이다. 이 특별감찰관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관련 사실을 정확히 밝혀 작은 궁금증이라도 남겨서는 안될 것이다.
의혹의 발단은 이 특별감찰관이 언론사 기자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 수석 아들과 (우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이 감찰 대상이라고 알려 주었다는 MBC의 보도다. MBC는 그가 “특별감찰 활동이 19일이 만기인데 우 수석이 계속 버티면 검찰이 조사라하고 넘기면 된다”고 한 데다, 해당 기자가 서류를 보내주겠다고 하자 “일단 관두자, 서로 내통까지 하는 것으로 돼서야 되겠나”라고 답변했다고 보도했다.
이 특별감찰관은 펄쩍 뛰고 있다. 그러면서 “해당 매체에 특별감찰관이 접촉했다는 언론사 기자와 이용했다는 SNS 종류를 밝혀 주길 요구한다”며 “(SNS 대화 자료가) 불법 수단에 의한 것이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강경 입장도 내놓았다.
현재로선 그가 감찰 내용을 누설했는지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의혹이 불거진 사실 자체가 부적절하다. 안 그래도 청와대와 검찰이 우 수석의 의혹을 깔아뭉개려 한다는 여론의 의심이 짙은 마당이다. 남다른 각오와 의지로 감찰에 임해야 할 이 특별감찰관이 스스로 의혹의 당사자가 됐으니 여간 민망한 상황이 아니다. 당장 법 위반 여부가 문제다. 특별감찰관법에 따르면 감찰의 착수 및 종료, 감찰 내용 등을 공표 또는 누설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이번 보도를 두고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도청이 아니면 해킹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우병우 수석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을 흔드는 음모가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법조계에도 “감찰 조사를 마무리할 시점이 다가오자 특별감찰관을 흔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잇따른 의혹에도 불구하고 우 수석이 최근의 개각에서 살아남으며 한결 무성해진 의심이다.
중요한 것은 우 수석 의혹의 실체를 밝히는 일이다. 검찰은 수사 의지가 없고 특별감찰관마저 흔들린다면 결국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게 마련이다. 애초에 굳이 특검을 피해야 할 합리적 이유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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