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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논설실장

등록 : 2017.02.20 20:00

[이계성 칼럼] 안희정의 선한 의지

등록 : 2017.02.20 20:00

박근혜 이명박에 면죄부 주나 논란

대연정 이어 당내 경선 악재 가능성

상대 인정과 공존 신념은 평가해야

안희정 충남지사가 19일 오후 부산대 10ㆍ16 기념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그가 한 박근혜 이명박 선한 의지 발언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연합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이 20%대에 진입했다. 지난주 한국갤럽(22%)과 알앤써치(20.1%)에 이어 20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20.4%를 기록했다.

연초만 해도 5% 미만에 머물던 지지도가 15%포인트 이상 급등하면서 같은 당 문재인 전 대표를 맹렬히 추격하는 형세다. 그래 봐야 더불어민주당 내부 경선에서 문 전 대표에게 상대가 안 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민주당 경선 흥행에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관전자들의 흥미를 돋구고 있다.

그런 안 지사가 ‘선한 의지’ 발언 논란에 휩싸이면서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19일 부산대에서 가진 ‘즉문즉답’ 행사 중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그분들도 선한 의지로 없는 사람과 국민을 위해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는데 뜻대로 안 됐던 것”이라고 한 게 문제가 됐다. 특히 “K스포츠ㆍ미르 재단도 사회적 대기업의 좋은 후원금을 받아 동계올림픽을 잘 치르고 싶었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고 한 대목이 민주당 안팎에서 거센 반발을 샀다.

K스포츠ㆍ미르 재단 문제는 박 대통령 탄핵사유의 핵심 부분이다. 안 지사는 “그것이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는 비판으로 이어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주장해왔던 두 재단 설립 취지에 힘을 보태는 듯한 말로 비치면서 촛불 진영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안 지사가 지지율 20%대에 진입하자마자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적어도 민주당 내부 경선 판도에 미칠 영향으로만 본다면 지난번 대연정 발언에 이어 안 지사에게 상당한 악재가 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요즘 안 지사의 지지율 급등 배경에는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는 현실주의 노선에 바탕을 둔 소신 발언과 행보가 자리하고 있다. 재벌개혁, 사드 배치 등 안보, 복지 문제 등에 걸쳐 좌우를 넘나드는 소신 발언은 같은 친노 뿌리를 갖고 있는 문 전 대표 입장과 확연히 대비 되면서 중도와 보수 진영으로부터 공감을 불러일으켜 왔다. 하지만 너무 나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명박ㆍ 박근혜의 선한 의지 발언도 그 하나다. 물론 그는 민주주의 철학과 소신으로, 당내 경선에서의 유불리는 고려하지 않는다지만 일련의 ‘오버’가 초래할 결과는 스스로 감당할 몫이다.

정치적인 득실이나 적절성 여부를 떠나 개인적으로 안 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 가운데 크게 공감이 가는 대목이 있다. “참고적으로 저는 그 누구라도 그 사람이 말하고 있는 그 액면가대로 선의로 받아들인다”고 한 부분이다. 참고적으로 말하면 나도 이런 과에 속한다. 물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이런 자세를 취했다가 순진하다고 핀잔 받기 일쑤였지만.

누가 무슨 말을 하면 으레 그 의도부터 따지고 실제 발언 맥락이나 사실관계와 상관 없이 재단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상대방의 말 가운데 자신의 신념이나 선호와 배치되는 부분은 배척하고, 듣고 싶고 믿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는 경향들이 있다. 이른바 확증편향이다. 집단이나 진영 간에도 마찬가지다.

누구의 선의를 일단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를 공존할 수 있는 존재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있다. 개인들 사이의 관계에서뿐만이 아니라 유력 정치인의 말, 정당이나 정권의 정책에도 해당된다. 상대의 존재를 인정해야 대화와 토론이 되고 협상과 조정이 이루어진다.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의 가장 기초적인 전제다.

처음부터 사익만 추구하려고, 나라를 망치려고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정치인은 없다. 어느 정권이나 나름대로 소신과 철학을 갖고 잘해 보려고 했을 것이나 뜻대로 안 됐을 뿐이다. 여기에는 역량의 한계나 잘못된 판단, 사익의 추구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테고, 이것들은 당연히 비판을 받아야 한다. 박 대통령처럼 탄핵심판과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대화와 타협을 멀리하고 블랙리스트 등으로 의견이 다른 사람들의 최소한의 선의도 인정하지 않았던 게 바로 박 대통령의 문제가 아니었던가.

논설실장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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