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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화음이든 잡음이든, 여야 지도자가 만나야 낼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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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화음이든 잡음이든, 여야 지도자가 만나야 낼 게 아닌가

입력
2017.09.2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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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미국과 유엔 방문 결과를 설명하고 초당적 안보협력을 요청하는 자리를 마련한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북한 핵ㆍ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며 강력한 대북 제재와 대화를 통한 평화의 '투 트랙 해법'을 제시하는 와중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상호 궤멸을 뜻하는 최고 수위의 막말을 주고받았다. 이로 인해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도는 만큼 국내 정치지도자들이 위기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국민의 불안 달래는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갖는 것은 필요하고 당연하다.

그러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모임의 형식과 안보관 차이를 이유로 거듭 불참 의사를 밝히고 있다. 좌우 진영의 이견을 좁히고 안보 공감대를 마련하려는 청와대 회동의 취지를 불신하며 이른바 '정치 쇼'의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그제 "반대의 안보관을 가진 적폐세력의 대표를 만나 무얼 하겠다는 거냐"고 반문한 데 이어 어제도 "형식적 만남이나 보여 주기식 만남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사정당국을 앞세워 국정원 댓글 사건과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의 수사 칼날을 벼리면서 편의주의적으로 대화와 협력을 말하는 문재인 정부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한국당이나 홍 대표의 주장과 의심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실제로 청와대와 여당이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한국당 등 옛 집권세력의 적폐 탓을 하거나 대선 불복 운운하다가, 궁색해지면 협치란 이름으로 야당의 책임을 요구하는 이중적 잣대를 보여 온 것도 사실이다. 또 최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및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한국당이 '적폐연대' 세력으로 몰린 데다 당의 뿌리인 이명박 정부로까지 과거청산 공세가 확산되는 것에 대한 위기감도 작용한 듯 하다. 홍 대표가 "(청와대 회동 불참이) 대화 거부는 아니다"며 '소통할 수 있는 자리'라는 조건을 언급한 것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그렇지만 홍 대표가 엄중한 안보상황을 외면한 채 청와대 회동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안보불안이든 정치보복이든, 쟁점사안을 보는 진단과 처방이 다르면 그 근거와 차이를 명확이 드러내는 것도 중요한 정치행위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그런데도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이 사사건건 충돌하는 지금 여야 정치지도자들의 회동마저 반쪽에 그친다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청와대는 야당에 더 가깝게 다가가고, 야당은 보다 크게 보고 열린 마음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결과는 그 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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