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기억 살려 세월호 당일 행적
밝히라 했는데 기대에 못 미쳐”
재판부, 답변서 보완 제출 요구
“탄핵심판은 형사재판 아니다”
양측에 절차 지연 문제점 지적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양측 당사자와 대리인들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탄핵심판 사건이 헌재로 넘어온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재판부가 양측에 요구한 사항들이 아직도 반영되지 않아 변론이 계속 공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사건 재판장인 박한철 헌재소장은 10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제3차 변론 기일에서 변론에 앞서 양측 대리인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박 소장은 “준비 기일과 변론 기일에 몇 가지 의문점에 대한 석명을 요구했고, 쟁점에 대한 구체적인 입증취지를 제출해달라고 (양측에) 수 차례 촉구했다”면서 “(그러나) 양측 대리인들은 일부분을 제외하고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탄핵심판이 신속히 진행되고 있어 준비에 시간이 부족한 점을 이해한다”면서도 “절차ㆍ입증계획을 세우는 데 늦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달라”고 당부했다. 양측이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인 탄핵사유를 구체화하고 입증해달라는 재판부 요구에 지지부진한 태도로 일관하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 대통령 측이 제출한 ‘세월호 7시간 행적 자료’에 대해서도 질책했다. 이진성 재판관은 “준비 기일에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해 피청구인(대통령)의 기억을 살려 몇 가지 밝혀달라고 말씀드렸다”며 “오늘 답변서는 (그 요구에) 좀 못 미치니 보완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양측이 탄핵심판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고 형사재판처럼 공격과 방어를 하는 점도 재차 바로잡았다. 탄핵심판 사건을 준비한 수명재판부는 지난달 22일 열린 첫 준비 기일에서 “탄핵심판에서 헌법ㆍ법률 위반 내용을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탄핵사유를 5가지 유형으로 정리했다. 재판부는 지난 5일 열린 제2차 변론 기일에서도 “탄핵심판은 형사재판이 아니다”고 강조했었다. 그러나 양측은 여전히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가 있는지, 수사기록이나 언론보도가 증거로 인정되는지에 대한 주장을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주심 강일원 재판관은 먼저 소추위원단 측에 “이 재판은 대통령의 범죄혐의를 찾아내 처벌하는 형사재판이 아니고, 대통령으로서 탄핵사유를 다투는 것”이라며 “어떤 헌법ㆍ법률 위반 사유에 해당하는지는 별개 문제이기 때문에 형사재판처럼 하나의 혐의가 여러 죄에 해당하는지를 따질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측에는 “전문증거(傳聞證據) 법칙에 연연하지 말라”고 말했다. 전문증거 법칙은 검찰 진술조서나 다른 사람에게 전해들은 간접 증거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 형사소송 원칙이다.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은 헌재가 검찰로부터 받은 핵심 증인들의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데 일침을 가한 것이다. 강 재판관은 “진술조서 중 상당 부분은 굳이 안 다퉈도 될 부분이 꽤 있는 거 같다”며 계속되는 대통령측 지연(遲延) 전략에 대해서도 에둘러 경고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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