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에서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남중국해와 역사 인식 문제에 관해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며 충돌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아베 신조(安培晋三) 일본 총리는 1일 제6차 한일중 정상회의 직후 별도의 양자회담을 가졌다. 양국 총리의 첫 공식 회담은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고 본론에서는 사실상 각자의 입장만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의 기 싸움은 회담 전부터 감지됐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과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가진 사전 회담 직후 일본 정부는 “양측은 양국 관계를 더욱 개선시킬 정치적 의지를 서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전제 아래 의견을 교환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왕 부장 역시 “쌍방이 관계를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만 밝혔다. 별다른 합의점 없이 각 현안에 대해 양측의 기존 입장을 주고 받는 데 그쳤다는 얘기다.
정상회담에서 가장 큰 쟁점은 남중국해 문제였다. 아베 총리는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조성 문제와 관련해 항행의 자유와 국제법 준수의 필요성을 강하게 지적하며 중국의 자제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전문가들은 일본이 중국에 대한 보여주기용 압박 차원에서 일부러라도 남중국해 문제를 꺼내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일본이 미국의 대변인으로 나서겠다는 전략적 판단 하에 남중국해 문제를 꺼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또 중국이 동중국해 양국 중간 해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유전ㆍ천연가스 개발 등에 대해서도 일방적 조치를 중단할 것으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일 양국은 2008년 중간 해역 공동 개발에 합의했지만 2010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부근에서 선박 충돌 사건이 발생하며 더 이상 협상을 진행하지 못했다.
반면 리 총리는 올해가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임을 강조하며 일본의 역사 인식에 대한 전향적 태도 변화를 강하게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3국 정상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역사를 거울로 삼을 때만 비로소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앞서 열린 한일중 정상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서도 “한중일 3국 간 협력은 역사를 비롯한 민감한 문제를 처리하는 토대 위에서 동아시아 지역이 서로 이해를 증진하는 토대 위에서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아베 총리를 압박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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