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일 “마음이 편할 날이 없다”고 했다.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들과 신년 간담회를 하면서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 칩거를 풀고 나와 소회를 밝힌 것은, 지난달 9일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23일 만이다.
박 대통령의 표정은 담담했다. 40여분 간 최순실 게이트와 세월호 참사 7시간 의혹에 대한 입장을 조목조목 밝혔다. 박 대통령은 사전 시나리오 없이 즉석에서 질문 20여개를 받아 답했다. 정식 기자회견이 아닌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삼성이 최순실(61ㆍ수감중)씨를 특혜 지원한 것과 박 대통령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을 지시한 것 사이에 검은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질문에 반박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이 이날 흰색 상의를 입고 나온 것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려는 의도였다는 해석도 나왔다. 박 대통령은 종종 정치적 메시지를 담아 옷의 색을 선택했었다.
신년간담회는 박 대통령과 참모들의 이날 떡국 조찬에서 급작스레 결정됐다고 한다. 기자들에게는 간담회 40분 전에 공지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3차 대국민담화 때 기자들의 질문을 물리치면서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말씀 드리겠다"고 했지만, 탄핵 정국이 가팔라졌다는 이유로 약속을 지키지 않았었다.
상춘재는 청와대를 방문하는 외빈 접견 용으로 지은 382㎡의 크기의 전통 한옥이다. 박 대통령이 상춘재를 사용한 것은 이 날이 처음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은 상춘재를 앞뜰을 둘러 보며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추억을 소개했다. 박 대통령은 “(영애 시절인) 30년 전에 비하면 청와대가 참 많이 바뀌었지만, 녹지원부터 상춘재까지는 별로 변하지 않았다”며 “당시 이 곳에서 아버지, 기자들과 오찬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녹지원 앞의 나무를 가리키며 “어릴 때 그네를 묶어 놀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나무 상한다고 해서 못했던 일도 있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