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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줄임말

입력
2017.06.0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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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당’은 ‘밀다’의 ‘밀’과 ‘당기다’의 ‘당’을 결합한 말이다. 요즘 새말을 만드는 주요 방식이 이렇다. ‘깜짝’과 ‘놀라다’에서 한 글자씩 따서 ‘깜놀’을 만드는가 하면, ‘혼자’와 ‘놀이’에서 ‘혼놀’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런 줄임말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기다’ ‘깜짝’ ‘혼자’에서 따로 떼어낸 ‘당’ ‘깜’ ‘혼’은 아무 뜻도 없는 말이니, 당연히 이것을 어근으로 한 낱말의 뜻도 짐작할 수 없는 것이다. 당혹감이 크면 이런 줄임말에 대한 거부감도 커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밀당’과 ‘깜놀’에 거부감을 갖는 이들도 ‘전국 경제인 연합회’과 ‘경제 협력’에서 글자를 딴 ‘전경련’과 ‘경협’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같은 줄임말에 반응이 다른 이유는 뭘까. 그럴 듯한 설명은 ‘한자는 글자마다 뜻이 있어 한자어 줄임말은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경련(全經聯)’을 처음 접한 사람이 이 말에서 ‘전국 경제인 연합회’를 유추하는 건 ‘밀당’에서 ‘밀고 당기다’를 유추하는 것만큼 어렵다. 결국 당혹감은 생소함에서 비롯했다고 볼 수 있다. ‘쫄깃’에서 떼어낸 순간 뜻을 잃었을 ‘쫄’을 ‘면(麵)’과 결합하여 만든 ‘쫄면’이나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뜻의 ‘아나바다’는 오래된 만큼 자연스럽지 않은가.

한때 우리를 당혹스럽게 했지만 이제는 우리말에 정착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줄임말이 제법 있다. ‘얼굴’과 ‘짱’에서 나온 ‘얼짱’, ‘혼자’와 ‘밥’에서 나온 ‘혼밥’, ‘심장’과 ‘쿵’에서 나온 ‘심쿵’ 등이 그렇다. 이러한 줄임말 만들기에서 고유어의 영향력이 커지는 건 반가운 일이다. 줄임말에 너그러울 수 있는 이유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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