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타수 ‘옥중 편지’ 진실은 – 사실일 땐 침수로 급격한 침몰
“직접적 침몰 원인은 안된다” 중론
세월호 선체가 뭍으로 나올 날이 가까워지면서 세월호 침몰의 원인을 둘러싼 의혹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최근에는 “세월호 내벽 일부가 천막으로 돼 있다”고 주장하는 세월호 조타수 오모(2016년 사망)씨의 옥중 편지까지 공개됐다. 전문가들은 신빙성이 낮다고 지적하면서도 “만약 사실이라면 대형 여객선이 왜 2시간도 안 돼 침몰했는지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씨가 2014년 11월 장헌권 광주 서정교회 목사에게 보낸 편지에 그린 세월호의 입면도를 살펴보면 천막으로 표시된 부분은 선체의 외벽이 아닌 ‘수밀격벽’이다. 수밀격벽은 침수를 막기 위해 설치하는 종방향의 격벽을 말한다. 배에 물이 차도 다른 구획까지 침수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박석주 한국해양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부 교수는 “C데크의 왼쪽은 수밀격벽과 통로 역할을 하는 수밀문이 설치돼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그런데 오른쪽은 수밀격벽을 철거하고 대신 천막을 쳐놓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믿기진 않지만 만약 실제로 수밀격벽을 철거했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오씨의 그림이 사실이라면 천막이 침수를 방지하지 못해 C데크에 있던 화물들이 미끄러져 선체가 갑자기 복원력을 잃었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검ㆍ경합동수사본부도 ‘고정(고박)된 화물이 이동하지 않으면 선박이 전복되지 않지만 고박 불량으로 화물이 움직이면 선박이 침수될 정도로 기울게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화물 이동→선체 기움→침수’로 선체가 전복됐다는 얘긴데, ‘침수→화물 이동→선체 기움’으로 세월호가 침몰했을 수도 있다. 데크 바닥으로 물이 흘러 들면서 제대로 고박되지 않은 화물들이 한쪽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배가 급격히 기울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수밀격벽이 천막으로 개조됐다 하더라도 직접적인 참사 원인이 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애초에 침수 원인을 제공한 개구부가 어딘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형욱 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은 “C데크 천막이 급격하게 배가 기울게 된 요인일 수는 있다”며 “그러나 1차적으로 물이 어디에서 들어왔는지가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조위 중간점검보고서와 청문회 자료를 보면 배꼬리(선미) 부분의 차량 통로 출입문(램프)과 도선사 문을 침수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출항 당시 “꽉 닫혀야 할 선미 부분에서 햇빛이 비쳤다”는 항해사의 증언에도 관심이 모인다.
그러나 진교중 전 해군해난구조대(SSU) 대장은 “오씨는 갑판원이 아닌 조타수”라며 “조타 미숙이 참사 원인으로 꼽히자 책임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가설을 제시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씨는 지난 2015년 11월 대법원에서 수난구호법(조난선박 구조) 위반 등의 혐의로 2년형을 선고 받았고 복역 중 폐암 발병으로 출소한 뒤 숨졌다. 오씨는 편지에서 “승객 구조를 시도했음에도 검찰이 다른 선원들과 똑같이 15년을 구형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진도=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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