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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노조 파괴

입력
2016.08.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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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는 지난해 6월 일어난 갑을오토텍 폭력 사태 동영상이 아직도 떠 있다. 자동차 부품회사인 갑을오토텍 공장에서 일부 직원이 다른 직원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갈비뼈와 손뼈가 부러지고 머리에 피를 흘린 직원들이 속출했다. 한 피해자는 “살기를 느꼈다”며 몸서리쳤다. 가해자들은 기존 민주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회사가 채용한 특전사와 경찰 출신 직원이다. 이 같은 폭력 행사는 노조 파괴의 일반적 수법이다. 그 중에서도 1978년 동일방직 똥물 사건은 엽기적인 노조 파괴 공작으로 평가된다.

▦ 그해 2월 동일방직 노조 대의원대회 당일 사용자 측에 매수된 남자 조합원들이 노조 사무실로 쳐들어왔다. 이들은 방화수 통에 담아온 똥물을 뿌리고 여성 조합원의 옷 속에 똥을 집어넣었으며 심지어 입을 벌려 강제로 먹이려 했다. 못난 남자들이 벌인, 몇 손가락 안에 들 부끄러운 사건이다. 당시 노조는 여성들로 집행부가 꾸려져 있었는데 이 일로 대의원대회가 무산되자 상급 기관인 섬유노련은 동일방직 지부를 사고 지부로 처리하고 집행부를 제명했다. 훗날 이 사건에 당시 중앙정보부가 개입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 1980년에는 노조 간부를 삼청교육대에 보내기도 했다. 삼청교육대는 사회 정화를 명분으로 사람들을 잡아가고 순화 교육을 시킨다며 무자비한 폭력을 가해 많은 이를 죽게 했다. ‘공장이 내게 말한 것들’이라는 책에는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던 원풍모방 노조 간부들이 갈비뼈가 부러지고 머리를 다치는 등 만신창이가 됐다는 증언이 나온다. 정부가 노골적으로 나섰던 과거와 달리 2000년대에는 노무법인이 등장한다. 유성기업, 발레오전장 등에서 일어난 노조 파괴 움직임에는 창조컨설팅 같은 노무법인이 어김없이 개입돼 있다.

▦ 지난달 26일 직장폐쇄에 들어간 갑을오토텍 역시 노무법인의 컨설팅을 받았다. 파업 유도와 직장폐쇄, 공권력 투입 요청 등 창조컨설팅 식의 노조 파괴 계획 문건도 최근 공개됐다. 갑을오토텍 노조원 400여명은 노조 파괴를 막겠다며 이 더운 여름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아내들은 남편이 또다시 폭행을 당할까 봐 노심초사다. 전문가들은 사용자 측이 직장폐쇄를 풀고 노조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용자 측이 불필요한 긴장을 해소하겠다며 용역 경비 조건부 철수를 결정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림없다는 것이다.

/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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