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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비친 세상] 토익 강사는 근로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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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비친 세상] 토익 강사는 근로자 아니다

입력
2017.08.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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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출퇴근 시간 지정 없고

좌석 배정은 강사 편의 위한 것”

퇴사 뒤 타학원 출강 위약금訴

근로기준법 적용안돼 학원 승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종로구 한 유명 어학원에 출강하던 토익 강사 김모씨는 학원을 상대로 1억 2,356만원이라는 거액을 물어 줄 처지에 놓였다. 2015년 1월부터 이 학원에서 학생을 가르치던 김씨는 학원과 같은 해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1년 단위 강의용역 계약을 맺었다. 그만두면 3개월 동안 다른 학원에 출강하지 않기로 했고, 이를 어길 시 6개월 분 매출액을 위약금으로 물어주기로 계약서를 썼다. 그러나 김씨는 2015년 8월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9월부터 다른 학원에서 토익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를 알게 된 학원은 위약금 소송을 냈고, 서울중앙지법 민사206단독 신상렬 판사는 20일 원고 승소 판결로 학원 측 손을 들어줬다.

쟁점은 김씨를 근로자로 볼 수 있을지 여부로 모아졌다. 근로기준법이 근로계약관계에서 근로자에 대한 위약금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한 점을 들어 김씨가 “위약금 약정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한 것이다. 개인사업자로서 용역계약을 맺었지만 업무 내용을 보면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원 강사의 근로자성은 그간 판단이 엇갈려 온 사안이다. 학원 강사는 대부분 근로자처럼 학원 측에 소속 돼 강의를 하지만 개인사업자로 사측과 계약을 맺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로 이로 인한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용역계약서를 작성하고,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 당하는 등 형식상 개인사업자라 해도 출근시간과 강의시간을 학원이 정하고, 강의 외 업무를 맡기면서, 학원이 강사 업무 내용을 관리 감독하면 근로자로 본다고 판시하고 있다. 고용노동청 등 행정기관은 강의 시간이나 강의 계획서 이상의 구체적 업무 지시를 해야만 근로자로 볼 수 있다는 엄격한 해석을 내리고 있다.

이 사건에서도 김씨는 학원에서 일방적으로 지정해 준 교재로 수업했고, 쉬는 시간에 학원에서 지정해 준 좌석에 앉아 스터디 관리나 강의 준비 등 업무를 봤다고 주장했다. 또 학원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퇴근 후에도 의무적으로 수강생 관리를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김씨 주장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 신 판사는 “다른 학원 교재를 쓰겠다는 강사 요청을 받아 들일 수 없어 학원 측이 교재를 쓰게 한 것”이라며 “좌석은 강사 편의를 위해 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출퇴근 시간을 학원이 지정하지 않은 점, 학원 측 동의를 받으면 계약기간 동안 다른 학원에 출강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참작해 김씨를 프리랜서라고 봤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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