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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그래도 김정은과 대화가 필요한 이유

입력
2017.06.2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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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6.29~30)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외교 및 대북정책 딜레마가 깊다. 북핵 해법, 사드 배치 등 핵심 현안에서 한미 간 미묘한 견해 차가 노출된 와중에 터진 미국 젊은이 오토 웜비어의 사망은 악재중의 악재다. 북미 간 대화 가능성이 더욱 희미해지고 대북 추가제재가 논의되고 있어 정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이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밝힌 것은 올바른 접근자세로 읽힌다. 이전 보수정부가 그랬듯이 돌출변수에 쉽게 흔들리고, 출구 없는 제재압박에만 매달려는 남북관계에 희망을 주기 어렵다. 또 북한 핵무력 강화의 정당성만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제는 김정은 정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점검해봐야 한다. 북한은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면서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지 않은 상황을 만들고 싶어 한다. 정전체제를 대신할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미국과의 관계가 정상화해도 핵 보유국 지위를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에게 핵 고수는 김정은 정권 고수와 같은 의미다. 핵과 미사일 능력의 지속적 고도화 추구는 결국 미국과 국제사회를 굴복시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무모한 도전에 가깝다.

따라서 북한과의 대화는 단순한 접촉 이상의 전략적 함의를 띤다. 북한의 의도를 확인하고, 실질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김정은을 직접 만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를 핵무기를 가진 미친 사람이라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평가만 하고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가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일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최고 권력을 얼떨결에 승계한 지 5년 7개월이 흘렀다. 결코 짧지 않은 통치기간이다. 아직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지만, 공포정치와 애민정치를 섞어서 노련하게 권력 기반을 닦아 왔다. 정치 군사 경제 모든 영역에서 영악한 리더십을 보여왔다. 핵ㆍ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달성하고, 기술적으로는 이미 핵 보유국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도 코앞에 두고 있다.

경제분야 성과도 괄목할 만하다.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외국인들은 최근의 다양한 발전상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오프라인 영역뿐 아니라 전자결재카드와 전자상업봉사체계를 도입한 온라인 시장도 활기가 넘친다. 이런 변화는 역대 최강의 대북 제재 아래 가시화한 현상이어서 더욱 놀랍다. 제재는 오히려 북한의 시장화와 현대화, 국산화를 필두로 한 자강력 강화를 부르고 있다는 게 외국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첨단무기 개발에서 보듯이 북한의 과학기술 발전 속도는 더 빨라졌고, 민수산업 분야의 성과도 하루가 다르다.

김정은은 두 얼굴을 가진 전형적 독재자이다. 잔인할지 모르나 무능력한 지도자는 아니다. 어쨌든 한반도 주민의 안전과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은 부분적으로 그의 역할에 달려 있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거듭 제시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도발을 중단하면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김정은이 미국이나 우리와의 대화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그리고 대화를 해야 생존할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라면 조만간 뭔가 선제적 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이런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북한 외무성 성명이나 북한 매체의 보도 내용을 보면 국제사회의 제재가 분명히 북한에 어느 정도 고통을 주고 있다.

하지만 제재가 김정은의 핵 무력 정당화와 통치권 강화에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대화는 김정은의 무모한 도발의 정당성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해 보인다. 그에게 도발 구실을 주기보다 도발 명분을 없애는 선제적 대화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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