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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시작하고 중동 민주화 모범이 된 튀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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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시작하고 중동 민주화 모범이 된 튀니지

입력
2015.10.0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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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26일 튀니지 제헌의회 의원들이 새헌법이 발표되자 수도 튀니스 의사당에서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노르웨이 노벨평화상 위원회는 9일 201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민주화단체 연합체인 ‘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가 결정됐다고 밝히면서 수상 이유로 “2011년 재스민 혁명 이후 튀니지의 다원적 민주주의 구축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고 밝혔다.튀니스=AP 연합뉴스
2014년 1월 26일 튀니지 제헌의회 의원들이 새헌법이 발표되자 수도 튀니스 의사당에서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노르웨이 노벨평화상 위원회는 9일 201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민주화단체 연합체인 ‘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가 결정됐다고 밝히면서 수상 이유로 “2011년 재스민 혁명 이후 튀니지의 다원적 민주주의 구축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고 밝혔다.튀니스=AP 연합뉴스

노벨평화위원회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시민사회협의체인 ‘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를 선택한 데는 2011년 촉발한 중동ㆍ북아프리카 민주화 혁명인 ‘아랍의 봄’ 이후 튀니지만이 아랍권에서 성공적인 민주화 과정을 이행하며 한 줄기 희망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화 무산될 뻔 했던 튀니지, 국민4자대화 버팀목 역할

튀니지는 아랍의 봄의 진원지로 그 기원인 ‘재스민 혁명’이 일어난 곳이다. 재스민이라는 민주화 운동의 별칭은 튀니지의 국화에서 유래했다. 2010년 12월 과일 행상을 하던 한 청년이 독재정권의 횡포에 항의하며 분신해 숨졌고, 이에 분노한 튀니지 시민들이 반정부 시위를 벌이며 정권에 맞선 게 재스민 혁명의 계기였다. 결국 23년간 튀니지를 철권 통치해 온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가 축출됐고, 그 열기는 삽시간에 아랍권 전역으로 퍼져 중동과 북아프리카 각국의 민주화 시위 불씨를 댕기며 아랍의 봄이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아랍의 봄 이후 중동 국가들의 민주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이집트에서는 첫 민선 대통령인 무함마드 무르시가 군부에 의해 축출되며 민주화 열기가 식었고, 리비아는 무아마르 카다피 축출 후 내전상태에 직면하는 등 혼란을 겪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선 극단적인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가 창궐했다. 튀니지에서도 이슬람 근본주의자와 세속자의자 사이 정치적 견해 차이로 인한 충돌이 격화하면서 정치 사회적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실업 문제 해결과 복지 확대 등을 요구하는 시위가 자주 폭력 사태로 변질하면서 정국 혼란도 지속됐다.

다만 다른 아랍국가들과 달리 튀니지에서는 국민4자대화기구가 전격 결성되면서 민주화 이행 과정의 굳건한 버팀목이 됐다는 평가다. 국민4자대화기구는 시민사회와 정당, 행정부 사이의 평화적 대화의 기틀을 마련하고 세속주의를 내세우던 정치권과 이슬람 근본주의의 종교계 간 갈등을 봉합해 모두가 동의하는 해법을 마련하는데 앞장섰다. 특히 튀니지의 이념적 대립과 갈등을 잠재우고자 2014년 1월 중립 성향의 메흐디 조마하 새 총리를 수장으로 하는 과도정부를 구성하는데 핵심역할을 하기도 했다.

튀니지, 성공적인 민주화 과정 이행 중

튀니지는 국민4자대화기구를 통해 자칫 무산될 뻔 했던 민주화의 열기를 살리면서 현재 놀라울 정도로 변모하는 중이다. 튀니지는 지난해 1월 국회의 94% 지지를 얻어 중동에서 가장 진보적이라고 평가 받는 새 헌법을 통과시키는 역사를 이뤄냈다. 제헌의회가 이슬람주의자와 자유주의자, 좌파 위원으로 고르게 구성되면서 각계의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이 가능했다. 새 헌법은 국가는 국민에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강요할 수 없도록 규정했고,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며 폭력을 선동하거나 비무슬림을 구분해 종교적 공격을 하는 것도 금지했다.

또한 튀니지는 지난해 말 1956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처음으로 자유 경선을 통한 민주적 대선을 치렀다. 같은 해 치러진 총선에서는 2위를 차지한 엔나흐당이 주목 받았다. 이들은 여성 참정권을 널리 인정하지 않는 튀니지의 관례를 깨고 총선 직전까지 전체 89명의 의원 중 41명을 여성으로 뽑았다. 여성들을 헌법 초안 제정 위원회와 주요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하도록 장려해 여성 권리 확대에 힘을 실었다.

올해 5월에는 인권활동가와 독재정권 희생자 대표, 정치인 등을 중심으로 진실존엄위원회(TDC)를 설립하고 과거 독재 정권이 저지른 인권 침해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TDC는 2년 내로 피해자들이 제출한 1만5,000여건의 진정서를 분석한 뒤 인권 침해 책임이 있는 인사를 특정하고 피해자들을 구제, 보상할 방침이다.

튀니지에 남은 과제들

하지만 튀니지 민주화의 앞날에는 위협도 여전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실업률 증가와 경기둔화 등으로 인한 경제 불안이다. 영국 가디언은 “튀니지 국민들은 안정과 개혁 모두를 바라지만 경제적 궁핍이 이를 막는다”며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튀니지는 결국은 한 쪽으로 치우친 가치판단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민주화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세속주의에 반대하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들의 테러도 문제다. 올해 3월 수도 튀니스 도심에 위치한 국립박물관에서는 괴한이 초기를 난사해 관광객을 비롯 23명이 숨졌다. 당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튀니지에서 부상하는 민주주의와 관광산업이란 양대 상징을 향해 일부 세력이 테러를 벌인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지 카이드 에셉시 튀니지 대통령은 9일 노벨평화상 수상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노벨평화상은 중재자들에게 영예를 주는 동시에 우리가 선택한 단합과 대화의 해결책을 인정한 것”이라며 “좌파와 우파, 중도파 등 모두가 테러리즘에 맞서 싸우는 것을 지지해달라”고 강조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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