朱수석 작년 5월 KF-X 회의 주재
기술이전 난관 알고도 조치 안 취해
金실장 2014년 국방장관 재임 때
F-35로 기종변경 등 전 과정 주도
"朱수석이 사업 얼마나 알지 의문
컨트롤타워인 金실장 뒷짐만" 지적
'망신 외교' 한민구 국방도 책임론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19일 전격 교체됐지만 한국형전투기(KF-X)개발을 둘러싼 논란과 문책론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오히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면책하기 위해 ‘꼬리 자르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주 수석은 지난해 5월 청와대에서 KF-X사업 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개발과정에서 불거질 문제점을 직접 점검한 장본인이다. 당시 참석한 전문가들은 미국의 무기거래 규정 때문에 다기능위상배열(AESA)레이더 등 4개 기술의 이전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제기했지만 주 수석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올 4월 미 측이 4개 기술이전을 거부하는 답변을 보내온 이후 주 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보고했는지조차 불투명하다. KF-X개발 논란이 지금처럼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데는 이처럼 주 수석의 안이한 상황판단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KF-X사업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비난의 화살은 온통 김 실장을 향해있다. 발단은 차기전투기(F-X)기종선정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KF-X개발을 위한 AESA레이더 등 4개 기술을 F-X사업의 반대급부인 절충교역으로 도입하기로 하면서 두 사업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실장은 국방장관으로 재임하던 2013년 9월 주재한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F-X의 단일 후보로 올라온 미 보잉의 F-15SE를 부결시켰다. 이후 국방부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방사청을 제치고 F-X선정과정을 주도하면서 2014년 3월 방추위를 다시 열어 미 록히드마틴의 F-35로 F-X기종을 바꿨다. 당시 국방부는 “KF-X개발에 필요한 관련 기술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하겠다”고 강조하며 여론몰이를 했다. KF-X사업이 본격 추진된 것도 이때부터다.
하지만 이 같은 장담은 애초부터 실현 가능성이 희박했다. 보잉사는 AESA레이더 기술이전이 미 국내법 위반이기 때문에 대신 이 기술을 유럽에서 도입해 KF-X에 장착하겠다고 제안한 반면 록히드마틴사는 AESA레이더 기술이전에 대해 확약을 하지 않았다. F-X도입은 향후 KF-X 국내개발을 고려해 기종을 정해야 하는데도 국방부는 F-35의 스텔스 성능에만 주목해 F-35로 기종변경을 밀어붙였다.
김 실장은 또 지난해 7월 청와대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외교안보 컨트롤타워로서 KF-X사업 전반을 챙기기는커녕 뒷짐만 졌다는 비판적 평가를 받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지난달 KF-X개발과정 조사에 직접 나선 것도 이처럼 김 실장을 정점으로 한 외교안보라인의 의사결정과 보고체계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주 수석이 KF-X사업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사업을 시작하고 진행하면서 모든 과정을 주관한 김 실장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미국으로 건너가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을 만나 4개 기술의 이전을 면전에서 거부당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미 기술을 이전할 수 없는 것으로 결정된 사안에 대해 ‘망신 외교’의 미숙함을 드러내면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마저 퇴색시킨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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