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비용 한국 부담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발언에 정부가 발칵 뒤집혔다. 뒤늦게 정부는 입장을 정리해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별 대책은 없어 보인다. 오로지 한미동맹만 믿고 미국의 ‘선의’에 기대해온 박근혜 정권 외교의 예견된 참사란 지적이 나온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30일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사드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양국 합의내용을 재확인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트럼프의 발언으로 논란이 커지자 안보 컨트롤 타워 채널을 가동해 진의를 해명하는 절차를 밟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 이어 29일 워싱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같은 발언을 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의 잇단 발언은 연말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을 염두에 둔 전술일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실제 사드 배치 비용의 공동 분담을 요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 진의가 무엇이든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함보다 정부의 안이함과 무책임한 태도가 국민을 더 분노케 한다. 그 동안 정부는 사드 배치 비용은 전적으로 미국 부담이란 입장만 고수한 채 이번과 같은 사태에 전혀 대비하지 않았다. 사드가 본격 가동하면 비용의 상당부분을 한국에 전가하리란 지적이 많았으나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사드 ‘대못 박기’에 열을 올렸다. 그러니 비용 부담과 관련해 한미간 모종의 이면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한미FTA 재협상 방침과 관련해서도 정부의 안이한 대응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한미FTA 재검토 방침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도 최근 방한해 “한미FTA를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재협상이 아니라 조정을 하자는 것”이라며 의미를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 트럼프 발언이 나온 후에도 정부는 “발언의 취지와 배경을 확인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미FTA 재협상은 시간문제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 막고 있다 이제야 진의를 파악한다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지금이라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김관진 청와대안보실장은 사드 배치 결정 과정을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 한미FTA도 통상업무를 총괄하는 범정부 조직을 만들어 치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차기 정부에 떠맡기려 하지 말고 끝까지 책임을 지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게 옳은 자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