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권력 내세운 일부 교수들 온갖 탈법·편법이 일상처럼
뿌리깊은 악습들 근절 못하면 제2·3의 김명수사태 우려도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에게 쏟아진 여러 의혹들은 대학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병폐들을 고스란히 함축하고 있다. 논문 표절, 제자 수당 가로채기, 칼럼ㆍ원고 대필 등 상아탑(象牙塔)에 어울리지 않는 편법과 탈법이 난무한다. 그런데도 “대필이 아니라 글쓰기 연습(을 시킨 것)”이라고 변명하는 김 후보자처럼 문제의식조차 없는 대한민국 지식인들에게 국민은 절망하고 있다.
뉴스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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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A(26)씨는 지난해 정부의 한 위원회가 발주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논문의 80% 이상을 혼자 썼다. 4명의 교수가 직접 저술한 분량은 2페이지에 불과했지만, 수백만원의 연구비는 오롯이 그들의 몫이었다. 제자 논문을 요약해 자신을 제 1저자로 학술지에 게재한 뒤 연구비와 성과급을 가로챘다는 의혹을 받는 김 후보자의 행태와 다를 바 없었다. A씨는 “그나마 공동저자 끄트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유령작가처럼 지도교수의 논문만 대필하는 대학원생들이 수두룩하다”고 고백했다.
표절과 불법적인 연구비 횡령은 관행으로 포장된다. 올해 지방의 한 이공대에서 석사학위를 딴 B(27)씨는 박사 과정을 포기했다. 연구실에 할당된 연구비를 교수가 대부분 사적 용도로 쓰는 탓에 실험 비용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는 “교수가 일주일에 한 번 서울 집을 찾는데 비용은 대부분 출장 명목으로 연구비에서 충당됐다”며 “설령 교수의 부정을 폭로해도 연구자로서 내 생명은 거기서 끝”이라고 말했다.
관행을 받아들이는 순간 정상적인 사제 관계는 허락되지 않는다. 서울 한 여대의 석사과정 C(25)씨는 주 2회씩 동기 5명과 함께 지도교수의 연구실을 청소한다. 청소하다 뭐라도 깨뜨리면 자비로 물어내야 한다. C씨가 입학하자마자 박사과정 대학원생들은 “석사 1학기 때는 다들 그렇게 한다. 우리도 그랬다”며 청소를 강요했다. 나쁜 관행이 대물림되는 것이다.
학문 권력을 내세운 일부 교수들의 횡포 아래에서 젊은 지식인들의 자부심은 온데간데 없이 ‘머슴’ ‘노예’ 등 섬뜩한 단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김명수 사태’의 본질은 물론 이러한 구태를 집약한 인물을 인사대상으로 삼은 정권의 문제다. 그러나 지식인 사회에서 악습의 고리를 떨쳐내지 않는 한 제2, 제3의 김명수 사태는 언제든 다시 찾아 올 수 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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