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후보(이하 홍) : 그래서 동성애 반대하십니까?
문재인 후보(이하 문) : 반대하죠.
홍 : 동성애 반대하십니까?
문 : 그럼요.
홍 : 그런데 박원순 시장은 동성애 파티도 서울 그 앞에서 하고 있는데? 시청 앞에서.
문 : 서울광장을 사용할 권리에 있어 차별을 안 주는 것이죠. 차별금지하는 것하고 그것을 인정하는 거랑 같습니까?
홍 : 차별금지법이라고 국회 제출한 게 이게 사실상 동성애 허용법이거든요. 문 후보 진영에서 민주당에서 제출한 차별금지법이 있는 게.
문 : 차별금지와 합법을 구분을 못합니까?
홍 : 아니, 합법화가 아니고. 분명히 동성애 반대하는 것이죠?
문 : 저는 뭐 좋아하지 않습니다.
홍 : 좋아하는 게 아니고 찬성이냐 반대냐 물어봤는데.
문 : 합법화 찬성하지 않습니다.
지난달 25일 4차 대선 토론회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나눈 대화 일부다. ‘(동성애에) 반대한다’,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 ‘(동성애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문 후보의 말은 엄청난 파장을 불렀다.
토론회를 실시간으로 지켜본 성소수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이들은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찬반 논쟁으로 가져가면서 나의 존재가 부정당한 충격이 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책 논쟁이 아닌 존재에 대한 부정이란 점에서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10여년간 싸워 온 차별금지법 제정 찬반 논쟁과도 성격이 달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 후보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문 후보 지지자 중 일부에선 ‘정치공학적으로 보수 기독교계 표와 성소수자 표를 비교했을 때 많은 쪽을 택한 것’이란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동성애와 이슬람, 차별금지법 반대를 기치로 건 보수 기독교 정당인 기독자유당은 62만 6,853표를, 기독당은 12만9,978표를 득표했다. 두 당의 표를 다 합치면 약 76만표다.
물론 이것이 보수 기독교계 표의 전부라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독자유당은 2일 홍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고, 기독자유당 후원회장을 맡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홍 후보를 만나 ‘토론회에서 동성애 관련 질문을 문 후보에게 던져달라’는 주문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기사보기 ☞ 전광훈 목사 “홍준표 후보에게 동성애 질문 주문”)
“2014년 미국 유권자의 4%가 LGBT…64%가 민주당에 투표”
그렇다면 한국의 성소수자들은 얼마나 될까.
답은 ‘모른다’이다. 10년에 한 번씩 통계청에서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종교는 묻지만 성적지향은 묻지 않는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민간기관과 정부에서 성소수자의 숫자를 실제로 조사한다. 미국의 경우 2011년 UCLA 윌리엄스 인스티튜트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3.5%, 약 900만명이 레즈비언이나 게이, 혹은 바이섹슈얼(양성애자)이고, 0.3%가 트랜스젠더라고 밝혔다.
영국에서는 2005년 민간기관 조사 결과 인구의 6%인 약 350만 명이, 2013년 통계청 조사에서 1.5%인 76만명이 레즈비언이나 게이, 혹은 바이섹슈얼이라고 답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응답율의 차이가 큰 것은 정부의 조사에서 응답자가 자신의 성적지향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의 정욜 대표는 “전세계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활동가들은 ‘어느 국가에나 약 3~5%의 성소수자가 존재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약 150만~250만명 사이가 국내의 성소수자 숫자라고 추정해볼 수 있다.
정욜 대표는 “2014년 미국 중간선거 출구조사 결과에서 유권자의 4%가 레즈비언과 게이, 그리고 바이섹슈얼이었고, 이들의 64%가 민주당을 찍었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국 대학 성소수자 모임 57개 “인권이슈에 빠르게 대응”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 운동 단체들은 2000년대 이후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중심에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있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동북아 유일하게 설립한 것이 김대중 정부의 주요 공적인 것처럼 차별금지법 제정 역시 비슷한 효과를 낼 만큼의 큰 사안”이라며 “장애인, 이주노동자, 그리고 성소수자 의제는 국내외적으로 이견이 없는 명백한 인권 문제로, 성소수자 단체 운동은 2007년부터 많은 성장을 해 현재는 성소수자 부모 모임까지 활동을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대학내 성소수자들의 모임이었던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이하 큐브)는 현재 전국 53개 대학의 57개 성소수자 모임이 가입돼 있고, 소속되거나 거쳐간 사람만 3,0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연대체가 됐다. 친목단체부터 학회, 인권운동 단체까지 다양한 성소수자 모임을 아우르는 큐브는 한 달에 한 번 대표자 모임을 갖고 성소수자 이슈를 논의한다.
현재 성소수자 모임이 생기는 대학은 전국으로 확장되고, 학내에서도 공식 단체로 인정되는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심기용 큐브 의장은 “지난해에는 비수도권 대학에서도 많은 성소수자 모임들이 가입했다”며 “학내에서 공식 동아리 및 자치단체로 인정받은 성소수자 모임도 10여 곳 이상”이라고 말했다.
대학 내 성소수자 모임들은 학교 게시판에 붙이는 대자보와 온라인 성명서 등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들의 주장과 존재를 알린다. 최근 육군에서 벌어진 동성애 군인 색출과 구속과 관련해서도 학내 곳곳에 항의 대자보가 붙었다. (관련기사 ☞ “동성애가 죄라면 ‘나도 잡아가라’” 대학가 릴레이 대자보)
심 의장은 “과거에 비하면 최근 페미니즘 열풍 등의 영향으로 대학에서 성소수자를 평등한 동료 시민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고, 성소수자 모임들도 더 활성화되고 있다”며 “이번 대선에서도 회원들이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차별에 반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후보에게 투표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보수정권 10년간 후퇴한 인권 시계 되돌리려면…
‘동성애 반대’ 발언의 후폭풍은 컸다. 성소수자 단체뿐만 아니라 여성연합과 민주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은 성명을 내고 대선 후보자들의 성소수자 인권을 침해하는 차별ㆍ혐오 발언에 대해 규탄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자신의 마지막 1분 스피치를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쓴 후 정의당에는 하루만에 1억 원 이상의 후원금이 들어오기도 했다.
이틀만인 지난달 27일 문 후보는 ‘동성애 반대’ 발언에 사과하고 육군 동성애자 색출 수사에 대해서도 반인권적인 수사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아있다. 심 의장은 “문 후보의 입장은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여전히 성소수자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제도적인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은 원점회귀 상태”라고 지적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보수정권 10년간 성소수자 운동이 크게 성장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교계 혐오세력이 성장한 것도 사실이기에 문 후보가 과거처럼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기 힘든 것도 이해는 된다“며 “하지만 박근혜 정권 이후 후퇴하는 인권을 바로 세우려는 정치 지도자는 자신이 어떤 입장을 제시해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