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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도 사람인데… 워킹맘들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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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도 사람인데… 워킹맘들 어떡하나

입력
2015.06.0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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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현장 대민 접촉 많아 불안감 확산… "마스크 착용 자제하라" 지시에 반발

워킹맘, 아이들 학교 휴업에 눈앞이 '캄캄'… 대다수 기업들 배려 부족해 한숨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으면서 대민 접촉이 잦을 수밖에 없는 경찰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삼성서울병원 의사 B(38)씨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개포동 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 총회에도 경찰 2명이 참석해 자택 격리 조치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시민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민원실 등 부서에 근무하는 경찰들의 두려움이 특히 심하다. 일선 경찰서 교통조사계에 근무하는 한 경찰은 9일 “업무 특성상 교통사고 발생 후 응급실 등 병원에 다녀오는 민원인이 다수라 걱정이 많다”며 “우리도 경찰이기 이전에 사람인데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선서 강력팀 박모(44) 경사는 “체포영장을 집행할 때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저항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때마다 일일이 메르스 확진자 접촉 여부를 확인할 겨를이 없다”며 “내근 부서는 가능할지 모르나 현장에서는 감염 여부를 미리 파악하기 어려워 걱정”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감염자가 많이 나온 경기경찰청은 지난 2일 위화감 조성을 이유로 파출소와 지구대 등에 마스크 착용 등을 자제하도록 지시했다가 직원들의 반발로 지침을 번복하기도 했다. 지침에는 ‘메르스 외에 일반 신고의 경우 국민의 불안 심리가 커질 수 있는 만큼 마스크 사용을 자제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경기청은 8일 수원과 평택 등 메르스 확진 7개 지역에선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그 밖의 지역에서는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방침을 수정했다.

불안감이 큰 일부 경찰관은 휴가를 활용한 편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경기 지역 경찰서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다른 일신상의 이유를 대고 휴가원을 냈지만 실은 업무를 보면서 메르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 휴가를 냈다”고 털어놨다.

경찰청은 일선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마스크 3만개와 보호복 2만벌을 보급하고 수사 전 메르스 감염 여부를 파악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수사부서 메르스 예방 및 단계별 대응 대책’을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각 경찰서는 손 세정제를 비치하고 공용 차량과 경찰서 내부 소독을 실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많은 학교들이 휴업에 들어가면서 자녀를 돌보기 위해 재택근무를 감수하는 ‘워킹맘’도 늘고 있다. 하지만 아이 곁에 있고 싶은 마음은 똑같아도 회사 사정에 따라 근무 방침이 제각각이어서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비교적 근로환경이 유연한 정보기술(IT) 업계는 워킹맘들을 배려해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추세다. 온라인 여행서비스업체 ‘마이리얼트립’에 다니는 노정연(39ㆍ여)씨는 갑자기 아들의 유치원이 이틀간 쉬게 돼 급히 휴가를 낸 뒤 남편과 번갈아 가며 아이를 돌봐야 했다. 위기는 넘겼지만 8일부터 서울 강남구 유치원들을 대상으로 사흘 휴원령이 내려지자 눈 앞이 캄캄해졌다. 다행히 회사 측이 재택근무를 허용해 노씨는 아이를 돌보며 일도 할 수 있게 됐다. 노씨는 9일 “연차가 15일뿐이라 메르스로 인한 휴원 사태를 감당하기 어려웠는데 회사의 배려로 마음을 한결 놓게 됐다”고 말했다.

인터넷포털 네이버는 책임근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직원들이 시간ㆍ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기만 하면 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 이후 별도의 지시가 없어도 워킹맘들이 재택근무를 통해 시간을 유동적으로 배분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카카오는 워킹맘을 비롯, 임산부처럼 메르스 감염에 특히 취약한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권하는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그러나 대다수 국내 기업들은 워킹맘들의 호소에 무심한 게 현실이다. 국내 유명 제약회사에 다니는 김모(40ㆍ여)씨는 “휴교령이 내리자마자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를 급하게 친정 어머니에게 맡겼는데, 휴교 기간이 길어질 경우 어떻게 대처할지 난감하다”고 전했다. 남성 직원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A 건설사 관계자는 “전사적으로 메르스 예방책을 홍보했지만 워킹맘 보호에 관한 계획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난상황에서 기업들이 보다 유연하게 인력을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직종 특성에 따라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영ㆍ유아 자녀를 위한 재택근무를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재난휴가’ 개념을 도입해 가족 안전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메르스 사태로 생후 3개월에서 만 12세 이하의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가정에 도우미가 방문하는 아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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