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진ㆍ정년 연장ㆍ채용 축소에
“잠재 실업자 포함땐 20%” 분석도
20년 전 버블 붕괴 日상황 닮은꼴
정부는 “졸업시즌ㆍ공무원 시험 탓”
박근혜 정부가 지난 3년 동안 내놓은 청년고용 대책은 무려 다섯 차례. 취임 첫해인 2013년말 ‘청년 맞춤형 일자리 대책’을 시작으로 이듬 해 ‘일자리 단계별 청년고용대책’(4월)과 ‘청년 해외취업 촉진 방안’(11월), ‘능력중심사회 조성 방안’(12월), 그리고 작년 7월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으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은 좀처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올해부터 정년 60세 연장에 따른 고용절벽과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기업들의 채용 축소가 현실화하면서 청년 고용시장은 빠른 속도로 빙하기에 진입할 거란 걱정이 커지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장기간 경기 침체기에 청년실업률이 급등했던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통계청이 16일 내놓은 ‘2월 고용동향’을 보면, 현재 청년 고용시장의 심각성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12.5%에 달하는 2월 청년(15~29세) 실업률은 4주 동안 구직 활동에도 직장을 구하지 못한 사람을 실업자로 분류하는 현재 통계 기준을 적용한 이래 기록한 역대 최고치다. 외환위기 때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이보다 높지는 않았다. 공식 청년 실업자(56만명)에 취업준비생과 대학졸업 유예자 등을 비롯한 잠재적 실업자까지 더하면 사실상 청년 실업률은 20%를 훌쩍 넘어섰을 거란 분석이다.
정부는 일단 통계상의 이유를 들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통상 2월이 되면 졸업시즌을 맞아 구직자들이 늘 수밖에 없고, 특히나 지난 1월 말 9급 공채 공무원 시험 원서 접수에 사상 최대 인파가 몰렸다는 것이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보통 2월의 청년 실업률은 다른 달에 비해 1.3%포인트 이상 높게 나온다”면서 “올해도 공무원 시험 응시 등으로 비경제활동인구였던 청년층이 실업률 집계에 포함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구직자들이 늘어나면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들이 함께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요인들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청년층의 고용사정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며, 앞으로 전망 역시 밝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수출 감소와 내수 위축 등 경기부진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이 이미 신규 고용을 꺼리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고, 임금피크제 실시나 정년 연장 등이 실시되면서 청년 일자리 수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으로 구분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하에서 비정규직보다 좋은 일자리를 찾아 한정된 정규직으로 몰리고 있는 구직자들의 성향도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가 점차 고용 창출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어서 청년 실업률 급증을 일시적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1990년대 버블붕괴 후 경기침체의 늪에 빠져 신음했던 일본과 비슷한 흐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970년대 4%대를 유지했던 일본의 청년실업률은 2000년대 초반 10%대까지 치솟았다. 최근 ‘우리나라 청년 실업 문제, 일본 장기침체기와 닮은 꼴’이라는 보고서를 낸 류상윤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내 성장 흐름이나 청년층 인구 추세가 20년 전 거품경제가 무너진 직후의 일본과 유사하다”며 “잠재성장률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청년 실업 문제는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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